2년 전 호접란 수출사업에 뛰어든 제주도가 생면부지(?)의 땅인 바로 이곳에서 또 다른 ‘모험’을 준비하고 있다. 얼마 없어 호접란 미 시장 개척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게 된 것이다. LA 현지농장은 제주산 1차 산품의 수출전진기지화를 통해 위기에 처한 제주농업의 활로를 개척하는 시험대란 측면에서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곳이다.
제주도 호접란 현지농장은 LA타운에서 북쪽으로 100km쯤 떨어진 곳에 있다. 자동차로는 1시간20분 거리. 부지면적은 1만2902평. 2000년 11월 12억9000만원을 주고 사들였다. 기존 시설면적은 2944평.
도가 캘리포니아주 LA를 선택한 것은 이 일대가 호접란 재배 최적지로 꼽히기 때문. “주 소비처인 동부를 공략하려면 수송거리상 문제가 많다”는 등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 곳은 따뜻한 기후 등 호접란을 키우는데 가장 좋은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제주도는 이곳을 구입한 후 기존 시설 중 2298평을 호접란 재배에 맞도록 개·보수했다. 또 ‘그린하우스’로 불리는 한국형 비닐온실 3개동 모두 4308평을 2003년까지 지을 계획이다. 관리사도 36.7평 신축할 예정. 부지매입비까지 포함 여기에 드는 비용이 자그마치 4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까다로운 건축허가 절차가 문제다. 지난해 사업물량인 1308평짜리 비닐온실 1동과 관리사가 환경오염 정화시설 등을 꼼꼼히 따지는 카운티(광역자치단체)의 제동에 걸려 아직까지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다. 다행히 이 달 중에 허가가 날 것이란 게 농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기존 유리온실 3개동만 덩그라니 자리잡은 LA농장은 주변의 넓디넓은 평야만큼이나 황량하다. 온실내부도 마찬가지. ‘온실주인’이라 할 수 있는 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LA농장 직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8월 스프링클러·펌프장·보일러·전기·유동팬 시설 등 기존 시설 개·보수에 비지땀을 흘렸던 직원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제주산 호접란을 맞아들여야 한다.
하긴 직원이라고 해 봐야 기껏 2명 뿐. 제주도농업기술원 고태신 박사와 농업특작과 송두영씨가 가족들과 함께 1년 넘게 이곳 일에 매달리고 있다.
조금 있으면 ‘식구’가 다소 불어날 것이다. 호접란 수출대행과 농장 위탁운영을 맡은 ㈜제주교역이 현지 판매와 유통을 담당할 법인을 만들게 되면 직원 5명 정도를 채용할 계획. 현지사정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는 미국인도 들어있다. 인부는 인건비가 비교적 저렴한 멕시코인을 고용할 작정이다.
제주산 호접란이 이곳에 도착하는 것은 10월말∼11월초쯤. 현지 사정으로 수출이 차일피일 미뤄졌으나 이 달 안에는 LA행 비행기에 호접란을 실어보낼 수 있다고 제주도 관계자는 귀띔했다. 항공편을 이용하기 때문에 5∼7일이면 LA에 닿을 수 있다고도 했다. 미 동부에 비해 훨씬 나은 조건이다. 물론 워낙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검역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첫 수출 물량은 20만본. 도의 계산대로 1본당 3000원에 수출한다면 6억원어치다.
제주도호접란수출협의회 소속 16개 농가는 점차 그 물량을 늘려 연간 100만본을 수출할 계획이다. 시설투자와는 별도로 수출에 드는 비용은 내년까지 2년 동안 32억원. 예산확보가 뒤따라야할 부분이다.
LA에 도착한 호접란은 다시 시장에 얼굴을 내밀기 전에 6∼8개월의 현지순화 및 재배기간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고태신 박사는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통. 우리나라처럼 경매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농장에서 다 키운 호접란은 도매상(수집상)-소매상(꽃집)을 거쳐 소비자 품에 안긴다. 이들간의 거래는 완전한 1대1 방식. 결국 농장측이 ‘홀 세일러’(Whole Saler)로 불리는 도매상이나 소매상과 일일이 접촉해야 할뿐 아니라 이들을 틀어쥐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현지사정에 밝은 유통 전문가는 필수적이다.
이곳에서 만난 재미동포 손영조씨는 “지금까지는 기르는 것만 생각했지만 앞으로는 유통망 구축을 위해 시장조사부터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씨는 10년간 화훼를 전문으로 취급했던 수집·판매상.
품질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는 경쟁력의 원천이다. 품질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 현지 소매상들의 호접란 판매가격은 본당 12달러에서 18달러. 대부분 품질이 좋은 경우다. 재배기술의 차이 때문인지 꽃눈수를 더 많게 해 25∼27달러를 받는 소매상도 있었다.
‘아메리카 플라워 마켓’에서 호접란을 취급하는 조영재씨는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미국인들의 호접란 선호도를 전하면서 제주도와 거래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같은 마켓의 최경연씨는 “4∼5년 전부터 호접란을 많이 팔았는데 질과 양이 들쭉날쭉했다. 꾸준하게 높은 품질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며 “어설프게 하려면…”이라고 말을 흐렸다.
그는 특히 “미국인들이 호접란을 선호하는 것은 맞지만 품질이 월등하거나, 같은 품질일 경우 가격이 매우 싸지 않으면 안 된다”며 “건너편 일본인 상인은 최고품질로 매출이 좋다”고 귀띔했다.
현지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미국의 호접란 시장은 대만과 일본이 양분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이제 걸음마단계. LA에서 한인이 직접 농장을 운영하는 사례가 3건에 불과할 정도다.
그러나 이처럼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호접란은 얼마 없어 ‘흔한 꽃’이 될 정도로 무섭게 확산되고 있다. 갓 호접란사업에 뛰어든 제주도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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