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산 마늘 수확철
현장은 인력난 심각
추운 봄날씨 작황 부진
치솟는 영농비 등 악재
제값 받는 것부터 걱정
봉사원은 '가뭄에 단비'
"작황도 안좋은데 인력은 없고, 비용은 많이들고…. 농사 짓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네요."
10일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마늘밭에서 만난 박창선(92)씨는 "이제 제주에서는 농사로 먹고살기 힘들 것 같다"고 한탄했다.
박씨는 이 지역에서 흔하게 만나볼 수 있는 고령농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직접 마늘농사를 지었지만, 이제는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야 마늘밭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력이다.
당장 마늘을 수확해야 할 시기지만 인력이 없다. 치솟는 인건비 속에서도 농사일을 할 사람이 없어 인력 신청 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이날 제주농협 임직원들로 구성된 마늘수확봉사단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마늘을 수확했을지 막막했을 것이라고 한다.
박씨는 "사람 구하는게 하늘에 별따기"라며 "인건비를 포함해서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비용 중 안 오르는 것이 없다. 농가 입장에선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더해 봄날 같지 않은 봄날씨에 작황도 좋지 않다. 올 봄 역시 유독 추웠다. 쏟아지는 중국산 마늘에 밀려 올해산 제주 마늘이 제값이나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심지어 지난해산 마늘이 아직까지도 창고에 남아있다.
영농비까지 상승해 농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겹겹이 악재다.
박씨는 "마늘을 제값이라도 받으면 다행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고 한다"며 "농사를 70년이 넘었지만, 갈수록 농사짓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그는 인력지원을 나온 봉사단원들에게 연신 감사함을 전했다. 특히나 고령농가 등 취약농가에게는 봉사단원들이 말 그대로 '가뭄에 단비'인 셈이다.
봉사단원들 역시 일을 거듭할수록 숙련도가 쌓이는 듯 마늘을 수확하는 솜씨가 전문가 못지 않았다.
이날 뙤약볕 속에서도 성심성의껏 맡을 일을 수행한 봉사단원들은 "농업인들의 고맙다는 한마디가 우리에게는 뿌듯함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규식 제주농협 농촌지원단장은 "지난해 150농가에 도움을 줬는데, 올해는 200농가 이상이 신청하는 등 매년 도움을 필요로 하는 농가가 많아지고 있다. 대부분 고령농가"라며 "행정과 농협이 인력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도와 제주농협은 최근 농촌인력난 해소를 위해 인력수급 대응체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5월 마늘 수확철동안은 취약농가 위주로 도내 주요 기관·단체, 군부대, 자원봉사단 등을 동원한 일손돕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