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부인이 속이 갑갑하고 소화가 잘 안된다며 내과의원을 찾아 가는 일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병력을 자세히 들어본 내과의사는 몇가지 가능성있는 질병을 감별하기 위해 대개는 위 내시경과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할 것이다. 여기에서 확실한 원인이 될만한 위 궤양이나 위 암등이 발견되면 이제부터 어떻게 치료 할것인가를 상담하면 된다. 오히려 “큰 병은 없습니다만 위에 약간의 만성 위염이 있으며 쓸개에 작은 돌이 몇 개 있군요”라는 말을 들었을때 이게 도대체 문제가 있다는 건지 없다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외과 의사인 필자에게도 이런 일로 상담하러 오는 환자가 심심찮게 있다. 게다가 의사들도 같은 말을 하지 않아 당사자로서는 더 혼란스러워져 이곳저곳을 찾아 다니기도 한다.

최근에 발생빈도도 늘고 초음파검사가 손쉽게 되면서 발견빈도도 늘어난 담낭의 결석과 용종에 대해서도 의사들의 권고가 다를수 있다. 어떤이는 수술 하라하고 어떤이는 할필요 없다 하고. 그러면 어느 한사람은 잘못 판단하고 잘못된 치료를 권유하는 걸까?

물론 그렇지 않다. 서로 반대되는 의견이 다 맞다니 환자입장에서는 이만저만한 스트레스가 아니다. 수술을 할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반갑긴한데 방치했다가 병을 키우는건 아닌가 걱정이 안될 수 없다. 담석증은 증상이 없는 한 서둘러 수술할 필요는 없다. 아무 증상 없이 조용하게 있던 담낭결석이 언제 말썽을 부려 심한 열과 통증을 일으킬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지표는 아직 없다. 몇가지 의견이 일치하는 요소들이 있기는 하지만 수학공식처럼 딱 부러지는 경계는 없다.

대략 10여년쯤 전에 도입된 복강경 방법으로 수술을 하면 복부에 보기 싫은 커다란 상처 없이도 깔끔하게 담낭 제거 수술을 할 수 있고 후에 심한 통증과 함께 염증이 심할 때는 과거처럼 개복을 해야 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염증이 별로 없고 시간이 많을 때 수술을 하라고 권하는 일이 많아졌고 이제는 그런 주장을 틀렸다고만 말하기 어렵게 되었다. 담낭 용종(쓸개 내부에 붙어 있는 작은 혹)에 대해서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스러울 때가 있다. 초음파로는 용종의 크기와 모양, 개수만 확인할 뿐 그 본질에 대해서는 알수가 없다. 위나 대장에서는 내시경으로 조직을 조금 얻어 현미경검사를 하면 암인지 아닌지 치료전에 정확히 알 수 있지만 담낭은 그런 방법도 없어 추정만 할뿐이다. 그러다 보니 의사에 따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대개의 담낭용종은 콜레스테롤 덩어리이고 상피조직의 용종이라도 암일 가능성은 전체적으로 아주 낮지만 용종의 크기가 1.0cm 이상되면 완전히 마음놓을 수는 없다. 담낭도 물론 하는 일이 있지만 수술로 제거 하더라도 큰 지장을 느끼지 않으므로 조금 편한(?) 마음으로 수술을 권할수 있다. 이렇듯 한가지 상황에서 전혀 다른 치료를 권한다 하더라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으므로 결론만 가지고 판단하면 오해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인체에 대해서는 아는 것 보다 모르는게 훨씬 많다. 환자의 증상이 복잡하고 애매모호한 경우 온갖 검사를 다 해도 솔직히 왜 그런지 알 수 없는 때가 있다.

<이현동·외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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