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4·3유적지에 관한 보전대책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는 지적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체계적인 보전방안 등이 여태껏 마련되지 않고 있는 건 문제다. 모든 분야 유적이 그렇듯이 방치한 채 그대로 놔두게 되면 자취자체가 훼손되거나 사라질 건 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4·3유적인 경우 불에 타 없어진 마을이나 은신처, 학살당한 터 등은 대부분 훼손되거나 파괴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최근 제주시와 북제주군지역에서 확인된 4·3유적지 401곳에 대한 효과적인 보전방안을 담은 조사보고서「제주4.·3유적Ⅰ」가 나왔다. 제주4·3연구소가 지난 2002년 12월부터 1년 2개월에 걸쳐 전수조사를 벌여 만든 이 보고서는 뜻이 깊은 귀중한 자료다. 앞으로 보전해야 할 유적지에 대한 기본적인 바탕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희생당한 터가 101곳으로 가장 많다. 잃어버린 마을 82곳, 성터 44곳, 은신처 28곳, 토벌대 주둔지 50곳, 역사현장 45곳, 수용소 7곳, 희생자 집단묘지 2곳 등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잃어버린 마을 6곳은 중요 유적으로 분류됐다.

특히 은신처였던 세화리 다랑쉬굴과 선흘리 목시물굴, 희생당한 터인 북촌리 너븐숭이 등 9곳은 심층조사와 보전대책을 긴급히 마련해주도록 건의됐다.

이번에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서귀포시·남제주군 지역에 흩어져 있는 4·3유적지에 관한 전수조사도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4·3유적지는 제주인의 아픈 역사를 후손들에게 그대로 전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이자 역사의 교육장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반세기가 넘도록 유적지나 유물이 훼손되거나 파괴되는 걸 방치해선 안 된다. 더욱이 이 조사에 가장 중요한 건 나이가 많은 증언자들이 정확한 증언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이제는 제주4.3유적지와 유물 등 자료발굴과 보전에 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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