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는 첫 도시설계지역인 탑동매립지내 도로가 설계내용을 어겨 제멋대로 운용되고 있다.

 보행자전용도로는 물론이고 보행자우선도로 또한 온데 간데 없이 자동차 천국이다.

 행정당국은 도시설계가 완료된 지 8년이 다되도록 이를 이행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일부 관련 부서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있는지,그리고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시는 탑동매립지의 효율적인 개발과 쾌적한 도시공간 조성을 위해 지난 92년 도시설계 시행지침을 마련했으며,97년에는 변화된 여건을 감안해 이를 재정비했다.

 탑동매립지 내 각 블록별 용도와 건축물 높이,도로 용도와 차량의 출입은 이 시행지침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블록별 용도와 건축물 높이 등은 지켜지고 있으나 도로용도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해변공연장을 기준으로 동측에 있는 ‘제주월드21’ 4블록 내 동서남북 네 방향의 도로는 자동차 출입이 통제되는 ‘보행자전용도로’이다.아직 월드21이 공사 중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곳은 자동차 노상주차장으로 변해 있다.

 또 탑동시네마가 들어선 블록 뒤편의 도로 또한 ‘보행자전용도로’로 차량진입 금지시설을 해야 하나 시는 이곳을 아예 노상주차장고 함께 차도로 만들어 버려 보행자가 이 도로를 안전하게 통과하기 위해선 곡예 보행을 해야하는 실정이다.

 또 해변공연장 동측 도로는 보행활동을 원활하게 도와주는 ‘보행우선도로’로,차량은 이 도로를 일방통행해야 하며,도로에는 차량 감속장치가 있어야 한다.그러나 현재 차량은 양방향으로 운행되며,감속장치는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제주시가 쾌적한 도시공간을 조성하겠다며 도시설계를 실시했으나 결국은 보행자들의 보행권 하나 보장해주지 못하는 용두사미 계획으로 전락해버렸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이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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