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종합건축이 설계한 서귀포 학생문화원은 학생들의 이용장소인 만큼 기능살리기에 충실했다. 사진은 '아레나'형의 대강당.<김대생 기자>


서양건축에서 극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서양건축에서의 극장은 다중이 한꺼번에 즐기는 오락시설로,연극이 행해지거나 혹은 맹수연기장·투기장 등으로 쓰였다.고대 그리스·로마시대에서 출발한 극장건축은 지금도 곳곳에 걸작품을 남겨놓고 있다.

극장건축의 원형으로 그리스에 있는 에피다우로스를 든다.기원전 350년경에 지어진 이 건축물은 반원형태로 연기자가 일정한 방향으로 관객을 대하는 일반적인 극장의 원형이 된다.

극장은 무대형식에 따라 프로세니움(proseneum)과 아레나(arena)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프로세니움은 초기 극장건축처럼 연기자와 관객이 한 방향으로 대면한다는 특징이 있다.반면 아레나는 무대를 중앙에 둔 형태이다.원형경기장을 이탈리아어로 아레나라고 부른다.콜로세움 원형경기장이 대표적인 아레나형이다.

서귀포 학생문화원(설계 반종합건축·대표 김용철)은 기능 자체에 충실하다.학생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설계한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학생문화원의 본관에 있는 대강당은 학생들의 공연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다.무대를 가운데 두고 삼면으로 객석이 있다.일반적인 강당의 무대와는 딴 판이다.여기서의 무대는 마당이나 다름없다.무대가 중앙에 위치한 옛 로마시대 원형극장 형태인 ‘아레나’의 방식을 도입했다.건축가 김용철씨는 “학생들의 공간으로,무대로서보다는 마당으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대강당과 함께 본관의 중앙홀은 하나의 기념물 역할을 한다.중앙홀은 건물 좌우의 흐트러진 디자인 개념을 모여들게 한다.게다가 중앙홀에 천창을 만들어 자연채광을 흡수하도록 했으며,다른 부분과 달리 제주석을 둘러 시선에 차별성을 둔다.건물중앙에 상징물을 둔 셈이다.

지하층 입구에는 ‘땅이 꺼진 마당’ 즉,선큰가든(sunken garden)을 두어 지상에서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접근 용이성도 빼놓을 수 없다.본관에는 대강당외에도 전통문화실,체력단련실 등 학생들의 공간이 있다.지하에서 2층까지 서로 독립된 공간이면서도 학생들의 이동편리성을 감안해 어디서든지 접근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서귀포 학생문화원은 지난 95년 건축문화대상에서 자연환경에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아 입선작으로 선정됐다.<김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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