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만해도 신드롬이란 단어는 일반인들에게는 좀 생소했으나 이제는 거의 생활어휘가 되어 여러 사람의 공통된 관심사에 안 붙이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이를테면 이상구 신드롬, 신바람 신드롬, 수능 신드롬, 웰빙 신드롬 등이다. 어떤 신종 신드롬이 등장하면 그것을 빨리 이해하지 못해 상식이 없는 것으로 생각될까봐 빨리 알려고 하는 또 다른 신드롬이 생기기도 한다.

얼마 전 PC방에서 오랜 시간동안 게임하던 사람이 사망한 사건이 보도된 후에 이코노미클래스 신드롬이란 단어가 인터넷 등에 유행했다.

이코노미 클래스란 주로 비행기에서 일반 좌석을 뜻한다. 여행이나 사업을 위해 장시간 비행기를 타본 사람은 그 좁은 좌석에 몇 시간이고 쪼그리고 앉아 있어야 하는 고통을 금방 이해할 것이다. 다리를 마음대로 뻗고 누워서 갈수 있는 고급석인 비즈니스 클래스에 앉아 여행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이처럼 게임에 몰두하거나 좁은 비행기좌석에서의 여행처럼 신체, 특히 다리를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을 때는 다리의 정맥에 피가 고이게 된다.

정맥피는 동맥피와 달리 앞으로 밀어주는 심장이 없기 때문에 종아리에 있는 근육이 수축하는 힘으로 중력을 거슬러 위로 올라가게 되는데 가만히 앉아있으면 이런 작용이 없어져 피가 혈관 내에 정체되고 정체가 오래 지속되면 급기야 굳어서 혈관을 막는 일까지 생긴다.

이런 현상을 심부정맥 혈전증이라고 하며 비행기탑승 뿐 아니라 장시간 게임, 수술 후 오래 누워있어야 하는 상황, 임신으로 인해 다리 정맥피 순환의 방해가 있을 때 더 잘생긴다.

처음 증상은 다리가 붓는 것이며, 혈관 내에 붙어있던 핏덩어리가 떨어져 나가 피흐름을 타고 이동하여 허파로 가는 동맥을 막으면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되고 때론 사망할 수도 있다. 이처럼 이코노미 클래스신드롬이란 다름 아닌 심부정맥 혈전증의 합병증이다.

두 시간이상 같은 자세로 가만히 앉아 있지 말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다리운동을 함으로써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것이 좋다.
<외과전문의·제민일보의료자문의원·이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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