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대신할 프로그램 시급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에서 부분 실시되는 ‘주5일 수업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교육과정 개편 등 보완장치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학생의 경우 ‘수업이 없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은 반면 학부모와 교사의 경우 각각 보호 장치 미흡과 경제 부담, 업무 가중 등의 이유로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등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 ‘컴퓨터’하며 놀아라=24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진행된 ‘2004 주5일수업제 우선 시행학교 운영보고회’에 참가한 도내 초·중·고교는 12개교. 시와 농어촌 지역, 일반계고와 실업계고 등 나름대로의 대표성을 가진 학교들로 선정됐다.

운영결과 학생들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편. 하지만 학부모와 교사들의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졌으면 이는 학교급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북군 H교의 경우 조사 대상학부모의 40.17%가 ‘아동 관리’등의 이유로 불만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체 대상 학생의 학부모중 주5일근무를 도입한 경우는 26.4% 수준. 실제 토요휴업일에 학생과 같이 지낼 수 있는 부모는 45%수준에 그쳤는가 하면 체험학습프로그램 참여에 따른 경제적 부담 등도 불만족 원인으로 꼽혔다.(북군 H여중)

사실상 휴업일 학생들의 활동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제주시내 S중의 경우 1학년의 38.9%, 2학년의 42.2%가 컴퓨터 및 인터넷이나 TV를 시청한다고 답했고 현장체험에 참여하는 경우는 각각 2.6%·1.4%에 그쳤다.

일반계고(제주시 S고)의 경우 학생의 18.8%, 학부모의 26.2%가 주5일수업 도입에 따른 학력저하를 지적했고 24.6%·20.1%가 사교육비가 증가했다고 답하는 등 정책과 현실과의 괴리를 반영했다.

△주5일 수업 학생관리 책임 소재=초등학생의 경우 스스로 계획을 세우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 중·고교생은 유해환경에의 노출시간 확대에 따른 생활지도의 어려움이 주5일수업 정착에 장애요인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사회적 인프라 구축 미흡으로 인한 체험학습의 어려움. 하지만 극복방안에 대해서는 학부모와 교사의 시각차가 컸다.

시범운영에 참여한 모 초등학교의 경우 학부모의 63.4%가 ‘학교에서 나홀로 학생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개설 운영’하는 방안에 손을 들었던 반면, 교사의 71.4%는 ‘도우미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소그룹별 활동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결론적으로는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는 얘기지만 절충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교육정책적 보완 시급=시범 운영학교들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한 부분은 ‘교육과정의 정상운영이 어렵다’는 점. 도 교육청의 승인을 통해 수업일수는 감축됐지만 수업시수를 줄일 수 없어 학교 행사를 줄이거나 평일 수업 시간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학생과 교사의 학습 부담 증가와 학사 일정의 변칙 운영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주5일수업에 대한 ‘인지’도 점검이 필요한 부분. 단순히 ‘쉬는 날’개념이 아니라 학교 현장이 아닌 장소에서 진행되는 교육과정의 연장이라는 개념이 정착되지 않을 경우 ‘교사의 근무 조건 열악’등의 문제가 계속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 학교차원의 학생관리 프로그램 개발·운영을 위한 예산 부족과 학교 시설 미비, 인적 자원 미흡 등의 문제점도 우선 해결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