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한 해는 ‘웰빙의 시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웰빙의 사전적 의미는 안녕·행복·복리 등이며, 이것은 건강과 관련이 있는 용어이다. 서양의 물질주의적 생활에서 동양의 정신적인 사고가 가미된 삶이라고 볼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웰빙은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묻어나는 자연적인 생활방식 가운데에 심신이 평안하고 한곳에 치우치지 않는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난 일 년간 특정 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구체적으로 다룬 기사도 있으나 병에 미리 겁먹을 게 아니라 그 원인을 잘 알아서 주의사항을 지키고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도록 권한 게 많았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마음(七情)을 안정하자는 내용을 자주 언급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가 춥고 배고픈 시절은 이미 지났으니 그런 병은 많이 드물어졌고, 반면에 갈수록 복잡다양해져서 보고 듣고 생각해야 할 일이 많아 남녀노소 모두를 재촉하고 바쁘게 내쫓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고 이렇게 정신적으로 시달리다 보니 각종 병이 생겨나기 쉬운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심증을 떨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대화에 할애한다. 그분의 성장환경과 현재 여건, 기질과 성격, 생활양식 등을 가지고 지금 아픈 것과 연관시켜보보면면원인과 결과가 하나로 일치한다.

그 과정을 병리적으로 설명해 주는 게 우리 역할이다. 그리고 나서 흔히 환자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드린다. “이 병은 아시다시피 마음이 상해서 온 것이니 그것만 풀면 되겠는데 약만 가지고 고쳐 내라 하면 우리가 장담할 수가 없다. 의사는 지붕에 올라가는 사다리를 놓아줄 수는 있지만 본인이 사다리를 타고 오르지 않는 데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마음이 안정 되지 않으면 약이 있어도 효력을 못 낸다. 설령 효력이 난다 해도 임시이지 근본 치료는 아니다”

물론 다른 원인들도 있다. 과음이나 육체 과로, 식사 불규칙 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들도 결국은 불안과 초조가 원인이 되더라는 것을 알아치린다면 느긋하고 차분한 마음, 만족하고 겸허한 마음, 용서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건강을 유지하는 기본이요 건강을 회복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말이 수긍이 갈 것이다.
<황학수·한방의·제민일보한방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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