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제동원" 도내 생존자 설날 소망

정부가 60여년만에 처음으로 일제 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피해 진상조사 및 피해신고를 접수하고 있는 가운데 철저한 조사 및 보상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제주도지부에 따르면 도내 일제 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자는 생존자 38명을 비롯해 희생자, 유족 등 5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족회는 지난 60년간 일제 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에 대해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감안해 이번 진상 규명이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를 비롯해 지자체 등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또한 진실 규명과 함께 우선적으로 현재 생존해 있는 피해자에 대한 피해보상을 실시하고, 단계적으로 유족들에게도 확대할 것으로 요구하는 한편 그동안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던 태평양전쟁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위령제, 위령공원 조성 등의 사업에 정부와 지자체의 행·재정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지난 1일 도내 지자체 등에서 일제 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조사 및 피해신고를 접수가 이뤄지면서 제주지역에서도 가슴아픈 피해사례들이 드러나고 있다.

실제 남제주군 성산읍 수산1리 지역인 경우 일제치하 당시 60여명이 넘는 젊은 청년들이 강제로 군인으로 징용돼 목숨을 잃거나, 머나먼 일본 북해도 탄광으로 끌려가 중노동에 시달리는 등 많은 고초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마을주민인 강오송(89·여) 할머니는 70여년전 당시 29세라는 젊은 나이에 일본 군속으로 강제징용을 당한 후 사망한 남편 고진상씨를 생각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강 할머니는 “당시 일본군이 2년만 근무하면 돌려보내 준다며 끌고 간 남편은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며 “해방 후 남편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른 채 지내다 3년만에 백방으로 수소문한 결과 남양군도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또 현재 도내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생존자 38명 가운데 1명인 강길호 할아버지(82)는 “당시 21세에 일본군으로 징용돼 서울과 진해에 끌려가 군사훈련을 받았다”며 “그나마 전쟁터로 끌려가기 전 해방을 맞아 목숨을 건졌지만 나라가 없다는 설움을 뼈져리게 느꼈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또 김태표씨(74)는 “지난 43년 성산지역에서는 돌아가신 형님을 비롯해 많은 젊은이들이 강제로 북해도 탄광으로 끌려갔다”며 “형님은 죽지 못할 정도로 심한 중노동에 시달리다 해방 후에 목숨만 부지한 채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치거나 숨진 경우도 허다하다”며 일본 정부와 정부 차원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태평양유족회 제주도지부장인 고인형씨(65)는 지난 42년 당시 태어난 지 반년도 되지 않은 자신을 두고 군인으로 징병돼 이름도 잘 알지 못하는 뉴기니아섬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뒤늦게나마 정부 차원의 진실 규명이 이뤄져 올 설 명절에는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며 “하지만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정부와 일본 정부는 희생자와 피해자, 유족들을 위해 반드시 피해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제강제동원진상규명위에 따르면 5일 현재 제주지역에서는 진상조사 1건과 군인(13건)·군속(14건)·노무자(32건) 등 피해자 신고 59건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가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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