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경제공동체(APEC) 정상회담에 따른 2006학년도 대학전형 일정 조정으로 각급 학교에 비상이 걸렸다.

7차교육과정 첫 적용 수능으로 홍역을 치렀던 것 이상의 파장까지 우려되는 등 학교별 전형관리는 물론 당장 이달말까지 전형계획을 내놔야 하는 대학들에서도 ‘우수 인재 선발’을 내세운 특단의 조치를 고심하고 있는 등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일정 조정 배경=APEC정상회담을 유치한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내년도에 치러지는 수능시험(11월17일)과 APEC(11월13∼19일) 일정이 겹친다는 이유를 들어 교육인적자원부에 수능시험 일정 조정을 건의했다.

시험 당일 APEC 정상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21개국 정상들이 입국하며, 각국의 장·차관과 수행원, 취재진 등도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에 수험생 관리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부산지역 수험생 4만6000여명이 동시에 이동할 경우 가뜩이나 교통지옥인 부산지역에 교통대란이 일어나는 등 행사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부산시의 건의에 대해 교육계 일각에서는 부산시에 국한된 상황 때문으로 61만명의 수험생과 입시관계자·대학 등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었다.

특히 일정을 늦출 것을 주장하는 16개 시·도 교육청과 앞당길 것을 요구하는 대학 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는가 하면 교육부 수장의 장기 공백으로 결정이 늦춰지면서 대입 대비 학사 운영 일정에 차질이 우려되기도 했다.

△2005학년도 이상의 혼란 불보듯=교육부의 이번 결정으로 일선 학교에서는 벌써부터 입시 지도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당초 일정보다 시험이 늦춰지는 만큼 수능 준비에는 다소 여유가 생기지만 문제는 수능후 진로 결정 등에 있어 시간에 좇기게 되는 등 파행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2005학년도 대학입시에서는 선택 교과 위주의 제7차 교육과정을 처음 적용, 원점수 없이 표준점수가 표시된 수능성적표만이 제시되면서 ‘로또수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학 지도에 어려움을 겪었다.

학교내신관리에 대한 불신이 커졌는데다 대학은 물론 학과별로도 각기 다른 전형을 제시하면서 ‘선택’에 따른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특히 석차백분율 등 객관적 기준자료 부족으로 일부 지방대를 선택한 학생의 경우 별다른 입시 상담 없이 개별적으로 원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허다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대입전형 기간 조정으로 성적 통지 이후 원서접수까지의 기간이 최대 9일에서 6일로 줄어들 경우 제대로운 진학상담은 사실상 힘들어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인터넷 성적 분석 사이트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되는 등 2005학년도 이상의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교 교사는 “정시 가·나·다군 모두 원서를 내기 위해서는 최소 7~8개 대학의 전형을 검토해야 하는 등 진학 상담에 어려움이 컸다”며 “전형일자를 조정하기 보다는 26~27일의 채점 기간을 줄이는 등 보다 현실적인 선택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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