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을 보면 주인공 장발장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감옥살이를 하다 한 사제(司祭)의 도움으로 사회에 순화된다는 내용이 나온다.

우리 사회는 장발장에게 혹독한 감옥살이 대신 관용을 배풀고 있지만 그를 끌어안을 수 있는 사제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달 말 외관상으로 노숙자로 보이는 전직 선원이 제주해경 형사계에서 계란 몇 개를 훔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이 선원은 지난 설 연휴에 조업 도중 왼손을 다쳐 배를 타지 못하게 되자 컵라면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밤마다 도내 PC방과 사우나를 전전하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일을 저질렀다고 입을 뗐다.

선원은 범죄사실이 경미해 바로 훈방 조치되기는 했지만 도내 선원으로 취업해 노숙자로 변하고 있는 타지역 실업자들의 현실을 대변했다.

많은 타지역 실업자들이‘선원이 되면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불법직업소개소를 통해 제주로 들어왔다가 어선 일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회의 사각지대로 몰리고 있다.

분명 본인의 선택에 따른 현실이겠지만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도내 어선 인력수급구조의 모순도 그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력난으로 허덕이다 보니 불법직업소개소와 선불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선주들과 선원 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인력수급구조 체계개선에 나서야 할 때인 것이다.

지자체가 이들의 노력에 시원스런 답변을 해줘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현유섭·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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