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나 지방정부의 정책결정·집행자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게 환경과 경영마인드이다.이 두가지 마인드가 없는 인물에게 정책을 맡기는 건 매우 위험하다.나라면 나라,지역이면 지역을 말아먹기 십상이기 때문이다.이는 역사적인 사실로도 충분히 증명이 돼왔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특히 환경마인드 없이 눈앞의 이익만을 보고 마구잡이 난개발(亂開發)을 함으로써 야기되는 폐해는 엄청나다.이런 현상은 이미 전국적으로 진행돼 왔고,최근엔 더욱 확산되고 있다.물론 제주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제주지역은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관광 입도’를 지향하며 개발을 계속해오고 있다.그 과정을 보면 역시 자연환경을 도외시한 난개발에 치중해오고 있다.애초부터 ‘개발은 곧 수익’이란 의식만 갖고 사업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개발로 인해 나타날 생태계의 변화 등 환경문제는 거의 염두에 두지 않았다.환경에 관해서는 무지했고,환경을 의식하기 시작한 건 세월이 많이 흐른 뒤였다.제주도 최대의 자산은 자연이다.한라산을 위시한 360여개의 오름,수려한 해안선과 중산간 경관,맑은 공기와 물 등은 세계적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보배들이다.그러나 이런 소중한 자원들이 무분별한 난개발로 인해 할퀴어진 상처는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도내의 귀중한 자원을 파괴한 상처는 도처에 널려 있다.그 가운데는 회복불능 상태로 훼손된 현장도 엄청나다.일례로 호텔건축으로 인한 경관파괴는 제주시내 K호텔을 시작으로,성산일출봉의 L호텔,서귀포 삼매봉의 P호텔,K호텔 등이 대표적이다.또한 짓다가 만 호텔·콘도미니엄 등이 도내 10여곳에 방치되고 있다.상혼에 치우친 나머지 최고의 경관지에 흉물만 양산한 셈이다.만약 지금 그 자리에 그 건물들이 없다는 가정 아래 경관을 상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무분별한 도로 개설 또한 심각하다.넓히지 않아도 될 한라산 5·16도로를 주변 식식생을 파괴하면서까지 굳이 확장하고 있다.해안 생태를 전혀 고려치 않고 도내 곳곳에 개발된 해안도로 때문에 벌써 해안생태 파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제주 특유의 오름 360개 가운데 60여개는 석재 채취,도로건설,통신시설,송전탑 설치 등으로 이미 파괴됐다.무분별한 지하수 개발로 용천수가 마른 곳도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앞으로 엄청난 환경파괴가 뻔한 개발계획들이 추진중이란 점이다.그것도 자치단체들이 민자유치란 허울아래 무분별하게 허가를 내주는 등 오히려 앞장 서 조장하고 있다.예를 들어 자구리 일대의 용암절경을 메워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서귀포시가 추진하는 워터프런트 계획,이중 분화구에 물을 채워 호수공원을 만들겠다는 남제주군 송악산 관광지구 계획 등이 대표적이다.또한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중산간 지역의 개발,해안 매립으로 인한 개발의 결과는 상상만 해도 끔찍해진다.

개발은 물론 필요하지만 ‘난개발’이 아닌 ‘지속 가능한 개발’이 될 수 있도록 정책입안자들은 명심해야 한다.금전적인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제주의 소중한 자연환경과 자원을 파괴했다는 역사적인 책임은 항상 따라다니게 마련이다.눈앞의 작은 이익에 눈어 먼 장래를 버리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선 안된다.<하주홍·코리아뉴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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