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허준’을 보면,주인공이 어렵게 시험을 거쳐 혜민서에 들어갔으나 봉급이 너무 적어 자식을 서당에 보내지 못하고 더구나 허준의 처는 막노동에 시달리다가 유산까지 하게 된다.그래도 주인공은 어떤 불만도 없이 맡은 바 소임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고 있어서 우리에게 무한한 감동을 주고 있다.

 드라마가 그러하듯이 우리의 고정관념 속에 자리잡은 바람직한 공직자상은 오로지 불타는 사명감으로 공직을 수행하면서 이에 따르는 봉급과 생활의 질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 대범한 인물이었다.그러나 현시대는 공직자들에게 자신의 생활과 공직수행은 별개이므로 드라마 주인공과 같은 이중척도를 가지고 살아가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공직자 중에서도 경찰의 경우는 그 어떤 공무원보다도 청렴성과 사명감이 요구되고 더 나아가 사회의 질병을 치료하는 허준과 같은 인물을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이다.경찰관의 비리나 부정부패에 대해서 시민들이 특히 예민하게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찰이 갖는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 때문일 것이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경찰대개혁 100일 작전’에 대하여 경찰관,일반 국민,여론주도층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 ‘경찰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차원에서 우선적으로 해결할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1위로 나타난 것이 바로 경찰의 봉급 인상과 복지향상 문제라고 지적된 바 있었다.경찰관 봉급 인상에 대한 논의는 경찰관에 국한된 사항이 아닌 우리 사회의 공통된 관심사의 하나로서 다루어야 할 문제인 것이다.

 그 이유로는 첫째,경찰은 공정한 법집행을 회피하려는 범법자로부터 금전적 유혹을 받을 우려가 다른 공무원에 비해 크다는 점이다.그렇기 때문에 경찰관에게는 무엇보다도 자신이 받는 보수에 대한 프라이드를 고취시킬 필요가 있으며,이러한 프라이드는 봉급 몇 만원이 인상됐다는 금전적인 만족감보다는 경찰관이 사회로부터 자신들이 직분에 맞는 처우를 받고 있다는 자존심을 지키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

 둘째,경찰관은 현재의 근무조건에 비해서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경찰이라는 직업은 비번,야간이나 공휴일,명절 때라 하더라도 직무로부터 해방되어 자유스럽게 사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더구나 경찰업무 자체의 위험성은 타 공무원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사망률과 부상률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보수를 결정하는 요인이 보다 현실화되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경찰공무원은 타 공무원에 비해 승진에도 상당히 불이익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예를 들어 타 공무원이 1직급 승진할 때 경찰은 2계급 승진하여야 동일해지며,승진에 필요한 소요 연수도 전체 공무원의 평균에 비해 1.5배 내지 2배 정도 길기 때문에 보수 수준의 격차는 오래 근무할수록 더욱 벌어지고 있는 형편이다.이러한 상황에 처한 경찰관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라도 국민들의 따뜻한 격려와 봉급의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보겠다.

 셋째,수사비가 타당성 있게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현대의 범죄는 점점 광역화,기동화,조직화,과학화되고 있는 실정인데 경찰수사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그대로 범죄에 노출되고 만다.사회를 망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회 내의 공적은 바로 범죄이다.이러한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투자는 항구나 비행장,도로시설과 같은 사회간접자본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결국 경찰관 봉급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은 단순히 이기주의나 금전적 욕구에 기인한 발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경찰 봉급이 지금과 같이 비현실적으로 결정된 이상 이에 따른 사회적 손실이 결국은 국민에게 파급된다는 점을 정책결정자들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황정익·탐라대 교수·경찰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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