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제주도교육청 주최로 학생문화원에서 열린 대입 설명회.
입시 부담감으로 인한 고교 1학년 학생들의 ‘촛불 집회’까지 예고되는 등 2008학년도 입시 개선안은 시행 초기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선안의 핵심은 현행 대학수학능력평가 중심의 대학입시를 고교 내신 위주로 전환, 학교 교육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하고 수능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다는 데 있다. 주요 골자 역시 수능 비중 축소·내신비중확대·특수목적고 운영 정상화 등으로 간추릴 수 있다.

개선안 내용대로라면 학생들은 학교에서 충실히 수업을 받고 평가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개선안이 처음 적용되는 고1교실은 첫 중간고사 때 부터 소리없는 ‘내신 전쟁’을 치르고 있다.

△대입 개선안 뭐가 문제? = 2008학년도 대입 제도 개선안은 내신과 수능이 9등급으로 나뉘고, 내신은 상대평가로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절대평가 요소인 평어(수우미양가)가 사라졌고, 석차백분율(등수)이 아닌 등급 표시를 하도록 했다. 수능 성적도 표준점수와 석차백분위가 사라지고 등급만 제시된다.

이 같은 방침으로 학교 수업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현장 교사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현재의 성적이 곧바로 대학입시 성적표가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교실 내 분위기가 험악해진 것 역시 사실이다.

시험을 여러 번 치기 때문에 1·2학년 한두 번의 시험 실패가 대입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고교 3년 내내 입시를 치르는 것과 마찬가지인데다 등급 경계에 있는 학생들은 심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현행 대입 제도는 내신과 논술·면접 중심의 수시 전형, 수능과 논술·면접 중심의 정시 전형이 치러지고 있으나 새 입시안은 등급화된 성적을 기준으로 해 변별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수시 전형이 주로 내신과 논술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다 갈수록 선발 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내신이 상대평가로 바뀐다는 점에서 내신 중요성은 커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신이 ‘절대적’이라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오해’라고 풀이하고 있다.

새 입시 제도에서는 내신은 등급화됐고,기본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에 같은 등급일 경우 오히려 논술과 심층면접이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학들은 개선안 발표 때부터 학생 선발의 어려움을 지적했었다.

△내신관리 ‘비상’= 현장 교사들은 성실해진 수업 분위기에는 어느정도 만족감을 표시하면서도 수능 당락에 영향을 미칠지 모를 성적관리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교육부의 학업성적관리대책 및 학교생활기록부 전산처리·관리 지침에 따르면 현재 고1부터 중간·기말고사가 쉽게 출제돼 만점자가 많게되면 해당 학교·학년·과목에 1등급이 아예 없어지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게 된다.

동점자가 나왔을 때 수능시험에서는 상위등급을 부여하는 것과 달리 내신성적은 ‘중간석차’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중간석차는 동점자(동석차)가 등급 경계에 있을 때만 적용되고 등급 범위 내에서 생기는 동점자(동석차)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중간고사를 치렀거나 치를 예정인 학교들에서는 과목별 성적 관리 지침을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가 하면 문항별로 점수에 차등을 두는 등 등급 불이익이 나오지 않게 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일부 학원을 중심으로 교사들의 최근 2년내 기출문제를 확보, 문제풀이를 해주는 등 내신 관리 과열 양상까지 감지되는 등 문제 출제부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한 고1 담당 교사는 “중간고사부터 이런 상황이면 앞으로 기말고사나 학년말 내신 평가 때는 부담이 엄청날 것”이라며 “학생들의 불안 해소를 위한 노력도 해야하는 등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토로했다.

△‘지피지기면…’=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부담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교육부와 각 지역 교육청에서 선택한 방법은 홍보 강화. 개선안에 대해 올바로 이해한다면 패닉 상태에 까지 이른 ‘고1 입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도 12일 교장과 교사,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 및 학업성적관리 대책’연찬회를 연다.

개선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유도하고 성적 부풀리기의 폐해를 홍보, 학교 성적관리 신뢰도 제고를 위한 협조를 구한다는 복안이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입시 개선안이 나오게 된 배경과 내용을 이해한다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며 “시험이 다소 어렵게 출제된다고 하더라도 특정 학생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체 학생에 대한 평가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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