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가 고려시대 3대 사찰중 하나인 외도동 수정사지(水精寺址) 유적지를 관통하는 도로를 개설키로 해 자치단체가 앞장 서 문화유적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풍납토성 훼손으로 문화유적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문제가 야기돼 제주시의 문화정책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제주시는 외도구획정리사업을 추진하면서 수정사지 문화유적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 97년부터 발굴조사 작업에 착수했다.

 제주대 박물관팀이 지난2월부터 4개월 동안 이 일대에 대한 발굴조사를 벌인 결과,남북 120~150m,동서 50∼60m 규모의 건물지 12동과 ‘二月修正禪師’ 등이 새겨진 기와와 고려시대 청자 등 토기 자기류,그리고 제주도 최고(最古) 회화자료인 인왕상(仁王像)이 음각된 탑면석 등이 발굴됐다.

 수정사는 고려 공민왕 21년(1372) 이전에 건립됐으며 노비 130명을 거느린 비보(裨補)사찰로 문헌에 전해지고 있다.

 시는 이 곳에서 발굴된 유구·유물을 인근지역에 옮겨 복원하고 발굴지는 당초 계획대로 동서를 가르는 폭 12m의 도로를 개설할 방침이다.

 시가 수정사지를 관통하는 도로를 개설키로 한 것은 이 일대가 이미 주택이 들어서 있는 주택밀집지역으로 문화재로 지정하는 자체가 힘든데다,전체적인 사찰유구의 보전상태가 양호하지 못해 현재 발굴된 건물지 등을 그대로 이전복원하는 게 최선책이라는 조사단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사단도 이 발굴지를 문화재로 지정·복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 놓은 상황에서 유적지를 관통하는 도로를 개설키로 한 것은 행정편의주의란 논란도 강하게 일고 있다.<이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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