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이 발생한 지 올해로 57년째를 맞고 있다.

해방 정국의 혼란기에서 빚어진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우리 제주도민들은 엄청난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을 입었다. 특히 희생자와 유족들은 반세기 넘도록 이념적 누명을 쓰고 사회적 편견 속에서 회한의 나날을 보내 왔다.

그러나 그러한 통한과 질곡의 세월 속에서도 유족과 제주도민들은 진실 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한시도 멈추지 않아 왔다.

그 결과, 2000년 1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 공포되고 각종 위원회가 설치되었으며, 진상조사보고서작성기획단에 의해 2003년 10월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가 발간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과거 국가 권력의 잘못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 사과가 이루어졌다.

분명 진상보고서의 발간과 대통령의 사과 표명은 제주4·3사건 발생 55년만에 정부가 국가의 잘못을 최초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또한 유족과 도민들을 짓눌러 온 4·3의 아픔을 씻어내고 명예회복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진상보고서의 발간과 대통령의 사과만으로 불행했던 4·3의 과거를 청산했다고는 볼 수 없으며, 이제 시작일 뿐이다. 왜냐하면 그 같은 진전에도 올바른 진상과 책임 규명, 배상, 명예회복, 4·3 정신의 계승 등을 통해 제주도가 진정한 평화와 인권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제정된 지 5년이 지나면서 시행 과정에 나타난 여러 문제점과 미비한 사항들에 대하여 현재 추진되고 있는 4·3특별법 개정은 당연한 것이며, 진정한 진실과 화해, 상생의 길로 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상정된 4·3특별법 개정안과 관련하여 4·3을 과거의 비극적인 사건으로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제주도민들의 평화와 자존을 회복하는 역사적 근거가 되도록 함으로써 올바른 4·3의 역사 인식을 통하여 우리의 오늘을 바로 세우고 보다 나은 내일을 구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되기를 기대한다.

그럴 때라야 굴절된 과거의 역사를 청산하고 성숙한 미래를 기약할 수 있으며, 또한 제주도가 진정한 인권의 상징이자 평화의 섬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김정희 / 서귀포시 총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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