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동떨어진 감귤 출하 계획

자치단체와 생산자·유통업체가 2005년산 감귤가격 하락대책을 내놓기 보다는 ‘네탓 공방’을 벌이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농가 등을 중심으로 제주도의 적정 출하량 예측이 정확하지 않고 출하 계획이 현실성 없이 세워졌다고 지적하는 반면 자치단체는 2004년산 감귤 가격만 맹신한 농가와 상인 등의 ‘비협조’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6일 주요 도매시장에 출하된 감귤 물량은 2750t으로 평균 출하량을 크게 밑돌았다. 하지만 평균경락가격은 8200원으로 4일 8500원보다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당초 제주도의 출하계획에 따르면 2005년산 노지감귤 생산량은 52만t으로 이중 상품용 시장 출하 물량은 39만t, 가공 10만t, 수출 1만t 등으로 무난한 처리가 예상됐었다.

하지만 상품용 출하량의 91% 가량이 처리된 시점에서 가격이 급락, 예상량 측정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 등에서 파악하고 있는 농가 보유량은 5만~7만t수준이지만 농가 등에서는 11만t이 넘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등 엇갈리고 있다.

도의 생산예상량은 도농업기술원의 8월 조사에 근거한 것으로 이후 증감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데다 출하계획 역시 시장 변화에 대한 감안 없이 수립, 농가 불신만 키우고 있다.

실제 설을 앞두고 하루 6000t수준의 감귤이 출하되더라도 가격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평균경락가 1만100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과잉출하에 따른 문제가 발생했다.

△작년도 좋았는데…=6일 주요 도매시장 실태 조사에 따라 8번과까지 가공용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농가 협조가 불투명하다.

설 대목 후의 과일 가격 급락은 매년 반복되는 현상으로 올해 역시 도매시장 등에서 설 이전 출하 요청이 몰렸지만 농가와 상인 등의 반응은 시큰둥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2월 하루 평균 3600여t이 출하, 10㎏기준 2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한 점을 고려한 농가 등에서 출하를 꺼린 것이 가장 큰 이유.

하지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이른 설로 과일류 출하가 1월말 집중, 신선과일 가격이 설 전과 비교해 50%정도 떨어지는 등 감귤 가격에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2004년산에 비해 2005년산 감귤 품질이 좋지 않은데다 설 대목을 노린 한라봉 등 만감류 출하까지 한달 가까이 일찍 이뤄지면서 자칫 감귤류 이미지를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설 전 3㎏ 기준 평균 1만6600원대를 형성했던 한라봉 가격은 2월 들면서 1만5000원 수준으로 주춤거리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6400원과 엇비슷하지만 출하량이 전년에 비해 늘어난데다 ‘설’ 특수가 지난 점에서 가격 유지의 어려움도 예상되고 있다.

또 일부 한라봉의 경우 3㎏상자에 최저 4000원에 경매되는 등 품질과 맛이 떨어지는 상품이 시장에 유통, 향후 시장 전망까지 흐리는 실정이다.

김정배 농협 가락공판장 경매사는 “경쟁 과일이 많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예측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늦어도 2월 중순이면 끝나야할 노지감귤 물량이 2월말까지 출하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현 수준보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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