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월드컵에 참가한 32개국이 한 차례씩 경기를 치룬 가운데 벌써부터 4강에 들어갈 팀들이 점쳐지고 있다. 검은 돌풍은 보기 힘들어 졌고, 이변 없는 경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우승국만큼은 이변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월드컵의 우승국도 브라질이 아닐까라고 생각하지만 1차 조별예선경기를 보면 상황은 녹녹하지 않아 보인다.

 17회 월드컵 중 총 5번이나 우승한 브라질은 이름만으로도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난 14일 크로아티아와의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그런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호나우두는 불어난 체중으로 굼뜬 움직임을 보여 후반 교체를 당하는 수모에 팬들의 야유까지 받았다. 이에 파헤이라 감독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두둔하고 나섰지만 눈으로 확인한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기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또 '실종된 조직력'이라는 냉소적인 경기평가도 받고 있어 스타 선수들이 많아서 생기는 팀의 결속력 부족이 경기에도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우승후보 독일은 안방경기라는 다소 유리한 입장으로 '4강 진출까지는 무난하지 않을까'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지만 두 번의 경기를 통해 수비 조직력의 불안함을 드러냈다.

 코스타리카와 개막전 4-2 승리를 거뒀지만 첫 골을 넣은 수비수 람의 무리한 공격 참여로 점수를 내줬고, 폴란드와의 경기는 '폴란드의 소볼레프스키가 퇴장당하지 않았다면 독일의 승리를 장담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될 만큼 힘든 경기를 했다.

 무엇보다 전차군단이라는 명성에 알맞은 적수를 만나지 못해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독일의 우승은 속단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우승후보 프랑스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지난 월드컵부터 최근 스위스까지 이어진 골 가뭄으로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들은 공격수들 간의 호흡 부족과 공격수 시세의 부상, 플레이메이커 지단의 노쇠화가 문제로 지적됐다.

 또 앙리와 트레제게라는 큰 선수간의 불협화음도 새로운 문제로 부각되고 있어 도메네크 감독의 잠 못 이루는 밤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네 번째 우승후보 잉글랜드도 축구종가의 자존심을 세우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지만 '스타플레이어가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운 듯 보인다.

 지난 10일 파라과이전에서 경기 초반 베컴의 프리킥이 운 좋게 골네트를 갈랐을 뿐, 크라우치, 오언 등의 활약이 빈약했기 때문이다. 또 골 결정력의 부재로 간판 스트라이커 루니의 공백이 유난히 커 보인다.

 한편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랭킹 2위인 체코는 미국전에서 공격과 수비에서 빈틈을 찾을 수 없을 만큼 탄탄한 전력을 보여줘 우승국으로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선수들 대부분이 빅리그에서 뛰고 있을 만큼 실력자들이지만 요란한 스타플레이어들과는 다르게 팀플레이를 중시, 안정된 수비와 공격이 이상적인 조화를 이룬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런 팀에도 고민은 있다. 그동안 동유럽권 국가들이 항상 탄탄한 전력을 갖췄으면서도 큰 대회 4강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객관적 전력으로 표현 못하는 2%의 부족함만 채운다면 조용하게 결승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전에서 완벽한 플레이를 선보인 스페인도 새로운 우승 후보의 대열에 가세했다.

 지난 14일 우크라이나전에서 스페인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압박이 인상적인 경기를 치러냈다. 공격수가 최전방 측면까지 파고들다가도 공격이 끊기면 빠르게 수비로 전환하는 점은 놀랄만한 변화였고 수비수의 공격 가담도 매서워 무려 3골을 뽑아내는 높은 득점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반지의 제왕' 라울 대신 비야를 출장시키는 모험을 감행한 아라고네스 감독의 전략이 빛을 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세대교체가 스페인을 결승까지 이끌지 흥미를 더해간다.

제민일보 제휴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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