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철(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제주도지부 교수)

제주도를 시작으로 장마가 시작되었다.

장마로 인하여 여러 가지 재해가 발생하고 있고, 교통사고 또한 평소보다 약 두 배 정도나 많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사망자가 평소보다 1.5배나 많다는 게 큰 문제점이다. 그래서 장마철은 일년 중 가장 조심스럽게 운전해야 할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운전능력은 날씨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빗길 교통사고의 유형은 크게 보면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교통상황을 판단하기가 평소보다 어렵다는 점인데, 결국 빗길에서는 돌발적인 교통상황이 평소보다 자주 나타나게 되고, 사고결과도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

두번째는, 빗길에서는 차량의 물리적 작용이 평소와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 빗길 사고원인들을 보면, 사고 직전 급브레이크를 밟기 때문이 제일 많은데, 빗길에서 브레이크를 한번에 강하게 밟으면 차량은 직진 방향으로 미끄러지는 것이 아니라 한쪽 방향으로 쏠리게 된다.

이런 현상을 편제동이라고 하는데, 이런 편제동 때문에 중앙선 침범이나 도로이탈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 편제동 현상은 노면과 타이어의 접지력 차이에서 비롯되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속도이다. 그래서 빗길에서는 평소보다 감속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또한, 장마철엔 겨울철 못지 않게 타이어의 상태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할 시기이다. 타이어의 홈은 빗길에서 접지순간 배수로 역할을 하게 되는데, 타이어의 마모가 심해 홈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로 빗길을 운행하면 브레이크나 핸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 심한 경우 차가 물에 떠서 가는 듯한 수막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혹시 타이어 교체를 망설이는 분은 지금쯤 교체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또한, 장마철엔 많은 비로 인해 운전하기도 힘들지만 보행자는 운전자보다 더 힘든 상황이 많다. 그래서 운전 중 보행자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전조등의 조명은 물에 흡수되기도 하고, 빗물에 산란되기 때문에 야간 빗길은 전조등의 밝기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조등이나 미등 그리고 방향지시시등을 켜는 것도 평소보다는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모든 운전자는 빗길에서 발생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자동차의 물리적 특성을 이해하고, 평소 보다 더한 집중력과 관심을 가지고 운전을 함으로써 일년 중 가장 위험이 많이 도사리고 있는 장마철을 슬기롭게 넘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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