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안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위미2리 마을에 기동전투전단 해군기지를 유치한다는 소식은 엄청난 충격이고, 절망이고, 모순이고, 비극의 씨다.

지난 6월28일 마을 임시총회에서 이 사실을 안 주민들은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하고 주민 설문조사를 실시해 주민의견을 수렴하기로 결정하고 지금 진행중에 있다. 주민들과 후손들의 생존권, 마을의 존폐, 자연환경, 생태계, 미래의 지역개발을 우려하는 분들이 모여 ‘위미2리 해군기지 유치반대 범대책위원회’를 구성, 활동하고 있다.

오키나와 국제자유도시를 입안했던 한 교수는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는 소식에 다음과 같이 제주대의 한 교수에게 말했다고 한다.

“오키나와는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해도 미군기지 때문에 될 수가 없습니다.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면 그것은 현대전이 가능한 큰 군사기지이며, 미국 역시 공동 사용을 전제로 하는 것일 것입니다. 일단 군사기지가 들어서면 점점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오키나와 133년의 군사기지화 과정은 절망이고 슬픔 그 자체입니다. 제주는 오키나와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됩니다. 이것이 오키나와의 아픈 교훈입니다”

이런 충고의 말을 듣고서도 순간의 경제적 작은 이익 때문에 해군기지 건설을 허용한다면 제2의 오키나와가 되기 싫어도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제주 세계평화의섬’ 지정에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던 제주출신 연세대의 한 교수는 제민초대석에서 평화의섬 지정 의미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계평화의 섬 지정은 도둑(범죄) 없고, 거지(빈곤) 없고, 대문(위협·차별) 없는 삼무정신을 오래전부터 실천해온 제주인의 평화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또한 제주 4·3의 아픔을 화해·상생의 열린공동체로 승화시킨 평화정신을 기초로 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평화의 섬을 성공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도민들의 역할은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법과 제도의 인프라가 구축된 만큼 도민들이 평화의 섬 의미를 이해하고 하나로 뭉쳐 지역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고 했다.

제주대의 한 교수는 기고문에서 “한반도 상황에 대한 국제적 고려는 하지 않고 군대가 있어야 평화의 섬을 지킬 수 있다는 논리와 군대를 갖지 않아야 진정한 평화의 섬 역할이 가능하다는 논리가 부딪치고 있다. 제주 평화의 섬은 스위스의 군대있는 평화가 아니라 중앙아메리카의 코스타리카처럼 군대없이 주변국 동의와 협약을 바탕으로 평화의 섬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강대국 충돌이 아니라 세력균형을 통한 평화창출이 가능한 상황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위미2리는 해안선이 길고 포구도 2개나 된다. 반농반어로 주민들은 생계를 유지했고 어부와 해녀도 여느 마을보다 많았다. 어릴 때부터 바닷가에서 수영과 낚시질을 배웠고 해안 풀밭에서 소 먹이는 역할도 많이 했다. 4·3 때는 해안으로 피신해 죽음도 피할 수 있었다. 거친 바다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어로생활을 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살아가는 교훈을 배우기도 했다. 우리가 새라면 지역의 바다는 날개요, 우리가 나무라면 지역의 바다는 뿌리다. 날개 꺾인 새, 뿌리 잘린 나무가 어찌 잘 살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해군기지 유치를 찬성할 것인가. 아니면 오키나와의 교훈과 제주 세계평화의 섬 지정 의미를 이해하고 반대할 것인가. 지혜롭게 생각하고 판단하여 결정해야 할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오덕환 / 위미2리 주민>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