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섭 기자  
 

불법대출 의혹과 함께 총체적 부실 운영이 드러난 G농협과 관련, 취재를 위해 해당 농협에 찾아갔을 때다.

손님을 접견하고 있는 담당자를 만나기 위해 은행 안에서 기다리는 동안 7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들어왔다. 꼬깃꼬깃한 쌈짓돈을 입금하기 위해서다. 몸 안에 감춰진 보물을 꺼내는 데만 수분이 걸렸다. 몸빼 안에 감춰진 검은색주머니 속에서 입구를 하얀 끈으로 돌돌 말아올린 복주머니를 꺼냈다. 다시 그속에서 작은 지갑을 꺼내 천원짜리 몇장을 입금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궁금해서 따라가 봤다. “할머니! 저축을 많이 해서 먹을 것, 입을 것도 사서 좋겠어요”라고 말을 붙이자 “아냐! 손주 컴퓨터 사주려고 8개월째 저금하는 중이야”라는 대답이 들렸다. 30도가 넘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먼 길을 걸어온 할머니는 혹시나 돈을 잃어버릴까봐 몸속에 이중 삼중으로 보안장치까지 해놨다. 그만큼 소중한 돈이었다.

그 농협에 맡겨진 돈들은 그런 돈들이었다. 땡볕이 내리쬐는 도로에서 할머니들이 밭에서 손수 키운 야채를 팔아 번돈이다. 농민들이 흙속에서 더위와 싸우며 흘린 땀이다.

그러나 그곳 임직원은 그런 돈을 가지고 소위 ‘장난’을 쳤다.

들여다보면 기가 막힌다. 조합장 부인의 부채기록을 삭제해주고 불법대출을 해준 의혹이 제기됐는가 하면, 부적격자들을 상대로 선심쓰듯이 대출해줬다. 결재 없는 대출, 토지 감정액 부풀리기, 대출약정서 조작 등 대출자격이 따로 있지도 않았고, 구비서류가 가짜라도 하등 문제될 게 없었다.

이런 판에 농협에 영농자금은 물론, 다른 정책 자금 대출 업무를 그대로 맡겨둬야 하는지 의문이다. 농협의 금융 업무에 사각지대는 없는지 철저한 점검이 요구된다.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었다.

<김형섭·자치2팀>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