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 때 동요 대신 ‘트로트’ 눈살
‘기능 장애물 경주’ 공개 창피 상처

아이들에게는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느끼게 해주는 운동회가 일부 학교에서 동요가 아닌 유행가를 틀거나 어려운 문제풀이로 어린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있다.

최근 도내 초등학교는 지역주민과 학부모들이 함께 하나로 어우르는 가을 운동회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30일 모처럼 운동회에 참석했던 학부모들은 운동장 가득 울려 퍼지는 유행가에 얼굴을 찡그려야 했다.

운동회에 참석했던 김모씨(41)는 “운동회 중간 중간에 트로트 등 유행가가 끊임없이 나와 듣기 거북했다”며 “동요가 흘러나와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상식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교에서는 기능장애물 달리기로 학생들을 울상 짓게 만들었다.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운다는 취지에서 수학문제나 구구단, 낱말 맞추기 등을 해결해 결승선에 도착하는 경기여서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모 초등학교 2학년 한 학생은 1등으로 달렸지만 장애물인 구구단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전교생이 보는 가운데서 창피를 당했다고 울먹였다.

이 학생의 학부모는 “나이도 어린데 모든 사람이 보는 곳에서 구구단을 외우지 못하는 학생으로 낙인찍혔다”며 “아이들이 즐거워야 할 운동회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오히려 속상한 하루였다”고 말했다.

운동장에 울려 퍼지는 유행가 소리, 아이를 울리는 기능장애물 달리기 등을 사소한 일로 넘길 수도 있지만 운동회만큼은 온 가족이 함께 웃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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