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든 하루 한번 정도는 자신의 집이 아닌 곳에서 화장실을 사용하게 된다. 화장실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행위를 해결하는 곳이며, 부가적으로 세면이나 화장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공중화장실은 불편하고 불결한 장소, 피하고 싶은 곳으로 이와 같은 기본적인 요구조차 충족시키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어두운 실내 공간,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쓰레기, 낙서와 각종 오물, 부실하기 짝이 없는 시설들로 한치의 여유로운 생각도 할 수 없이 볼일을 보고 빨리 나와야 하는 곳이었다. 사회 환경의 변화와 생활양식의 다양화, 생활수준 향상에서 오는 마음의 여유 등으로 화장실은 단순히 생리·위생을 위한 공간을 넘어 쾌적성, 평온함, 여유, 휴식, 활력을 창출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요구는 이러한 현실 앞에서 무시당해왔다. 청결하고 쾌적한 공중화장실은 국민 문화의식 수준의 상징이라지만 개선되지 않은 공중화장실의 현실에서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난 2002 월드컵축구대회를 계기로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를 비롯한 화장실 관련 시민단체,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들이 펼친 화장실 문화운동으로 공중화장실의 모습이 점차 변화되면서 화장실 공간에 대한 시민들의 이러한 요구는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이제 꽃과 나무가 있고, 음악이 흐르며,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 대신 좋은 향기가 나고, 사용하기 편한 시설들이 갖춰진 깨끗한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용자들에게 편의와 더불어 볼거리와 쉴거리를 제공하는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사적 공간’에서 ‘공공의 공간’으로 개념이 바뀌었다.

화장실에 관한 국민의식을 알아보기 위해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가 2004년 시행한 조사항목 중 ‘현재 살고있는 지역의 공중화장실 수준이 1년 전에 비해 얼마나 높아졌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매우 높아졌다(7.2%), 약간 높아졌다(42.7%), 이전과 비슷하다(40.8%), 약간 낮아졌다(7.2%), 매우 낮아졌다(1.6%), 모름/무응답(0.5%) 등으로 공중화장실 서비스는 1년 전에 비해 많이 향상된 것으로 평가됐다.

또 공중화장실의 개선내용을 묻는 항목에서는 40.9%가 화장실의 청결유지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 아직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불결한 화장실은 심리적으로 이용자에게 불결한 이용행태를 낳게 된다. 쾌적한 화장실을 확보하기 위해 건설, 관리 측면에서 훌륭한 시설공급과 청결한 유지관리에 힘써야 하는 것은 명확하다. 또한 불결한 화장실은 관리자의 책임문제만이 아니라 이용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이용자도 스스로 청소하는 용기도 발휘하고 문제나 개선해야 할 사항을 관리자에게 알릴 줄 아는 적극적인 시민의식이 수반돼야 한다.

더불어 어릴적부터 화장실을 올바르게 이용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교육현장에 마련돼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슬로건처럼 좋은 시설, 지속적인 유지관리와 더불어 이용자들의 올바른 이용은 깨끗한 화장실, 쾌적한 화장실, 문화가 있는 화장실, 그래서 아름다운 화장실을 가능하게 한다. <진성길 / 제주시 환경관리과 오수관리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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