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사 문화는 더불어 사는 우리 민족 고유의 미풍양속으로 관혼상제(冠婚喪祭)와 관련된 기쁨과 슬픔을 서로 함께 나누는데 의미가 있다.

제주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가난하고 척박한 변방의 섬이었다. 육지와 왕래가 잘 안돼 어려움 속에서 생활하며 소박한 수눌음 정신과 조냥 정신 등 제주만의 특이한 풍습을 만들어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좋은 의미에서 시작한 문화가 최근 형식과 과시적 풍토로 이제 도를 넘어 있든 없든 상관없이 빚을 내면서 경조사를 치른다.

근대에 와서 물자 과소비가 극심하고 허례허식이 난무하자 그릇된 풍속을 바로잡고 합리적인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정부에서 가정의례준칙 표준안을 제정 발표했다. 답례품 안주고 안받기, 과다 음식물 제공억제 등 대대적인 범국민운동을 펼친 결과 간소화된 부분도 있지만 집들이, 백일, 결혼, 상가, 개업, 승진 등 범위가 넓어졌다. 특히 결혼은 호화혼수와 고액이 오가는 일들이 빈번하고 있다. 아름다운 인생의 새로운 출발이 빚으로 시달리는 출발점이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가정 파탄과 사회문제로 확산돼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올해는 쌍춘년이라 하여 결혼식도 주말에 몰려 즐거운 휴일을 결혼식장을 전전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혼식에 몇시간 정도 하객을 접대하는 육지부에 비해 제주도는 하루종일 손님을 맞이해야 하고 겹부조, 개별부조, 과다 음식물제공 등 지나칠 정도다.

장례문화도 3년에 걸친 상례절차가 1년으로, 어떤 지역은 100일에 탈상하고 매장 중심의 장묘제도는 화장으로 변하고 있다. 제주는 지역적으로 좁은데다 특별하게 혈통을 중요시하고 기회만 되면 모임을 구성, 경조사를 자동적으로 연결한다. 어느 지도층 말씀이 지역에서 각종 배움의 문화가 있어 가고 싶어도 끝나고 나면 당연한 것처럼 모임을 구성하고 동참하지 않으면 개인에 신상까지 들춰내면서 비아냥거리는 것 때문에 동참할 수 없다고 하니 이제 우리 사회 의식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육지부 모 기업인 경우 건전한 경조 문화 정착을 위해 경조사를 직원들에게 알리는 행위금지, 직장 내 사조직결성 금지, 신고인의 신분보장, 위반행위의 신고처리조항 등 여러 가지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사회 지도자급 인사, 행정기관, 사회단체 등에서 솔선 수범해 실용적인 경조 문화가 정착되도록 범도민적 운동으로 전개해 나가야 하겠다. <고순생 / 전 한국부인회제주도지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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