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27일 도민투표로 혁신안이 통과된 것을 시작으로 올해 7월1일 역사적인 제주특별자치도가 정식 출범하였다. 제주역사의 일대혁신이다. 1946년 8월1일 전라남도에 속해 있던 제주도(濟州島)가 명실상부 도(道)로 승격되면서 남제주군과 북제주군 2개 군(郡)이 동시에 설치되었다. 이후 1955년 9월1일 제주읍이 시(市)로 승격하였고, 1981년 7월1일 서귀읍과 중문면이 통합 시(市)로 승격되면서 서귀포시가 신설되었다.

그리고 도 승격 60년이 지난 올해 7월1일 기존 4개시군이 자치권이 없는 2개 행정시로 통합됨과 동시에 읍면동의 기능을 강화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 그 역사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특별자치도가 이제 4개월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도의회 제233회 임시회가 열렸다.

특별자치도의 밝은 미래를 생각하고 있는 도의원들은 도정질문을 통해 행정시의 폐지와 읍면동을 광역화하는 등 행정구조개편에 대한 저마다의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비단 의회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같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처럼 행정구조개편에 대한 의견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근간에는 도민불편 가중이 주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도와 행정시, 읍면동 상호간의 사무 등 업무가 명확하게 분장되지 않은 데에 기인하고 있다. 또한 사무에 대한 책임소지 또한 명확하지 않고, 행정시나 읍면동이 자체적으로 시책을 창출하여 추진할 수 없음은 물론 예산확보에 있어서도 모두 도가 그 권한을 갖고 있음에 따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민원을 처리함에 있어 자율적이고 능동적이지 못한 것이다. 행정시가 존재해 있어서 불편한 것이 아니다. 지금 이런 상태라면 읍면동을 광역화하고 그 기능을 강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도와 행정시, 읍면동의 유기적인 관계설정과 함께 일정정도 행정수행을 위한 사무와 예산, 인사권 등 행정시와 읍면동에 명확히 이양해야 한다. 특히 주민과 밀착된 보건복지와 문화, 1차산업 등 사무와 이에 따른 자율권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행정시는 읍면동과 특별자치도를 잇는 가교역할 뿐만 아니라 민원처리와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로써 완충작용을 하고 있다. 사물의 이치상 어떤 한 개체가 그 기능을 완벽히 수행하려면 동력이 되어 움직여야 하는 활동기능과 그 활동의 형식과 방법 등을 명령하고 제어하며 활동원인을 창출하는 사고명령기능이 존재한다. 이 기능을 원만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완충기능이 필요하다. 행정시는 바로 그 중심기능을 하는 완충대 이다. 이러한 구조가 안정된 사회구조다.

60년의 역사를 이어온 체제를 불과 1년 사이에 새롭게 개편하고, 이를 실행한지 이제 불과 4개월이 지났다. 우리 사회가 너무 급히 변하다보니 도민들의 사고도 급하게 결론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금은 여유를 가져볼 필요가 있다.

다시 행정구조를 개편하는데 시간을 낭비한다면 이보다 더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설령 읍면동을 광역화하고 기능을 강화했음에도 더 나아질 것이 없다면 예전의 4개 시군 체제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기존의 것을 완전히 부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일보다 이미 우리가 갖고 있는 가치 있는 것들을 적극 발굴하여 우리에게 맞게 바꾸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시간적 경제적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다듬고 기름만 잘 친다면 행정시는 특별자치도 성공의 발전 동력이 될 수 있다. 성급함이 모든 일을 망칠 수도 있다.<고성칠·제주시 건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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