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사에서 많은 특전을 걸고 대표선수 1명을 선발하고 있다. 공정함을 유지하기 위해 위원회까지 구성됐다. 선수가 되고 싶은 2명은 2년간 열심히 준비했다. 이제 선발대회일정 공고에 이어 접수까지 끝나 후보 2명은 자신들의 실력을 과시하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사장의 뜬금없는 한마디가 대회 분위기를 완전히 흐리고 말았다. “치열한 경쟁은 상처를 남기니까 실력과 상관없이 번갈아가며 대회에 출전시키자”는 제안. 경쟁의 부작용이 우려됐다면 최소한 2년전에 윤번제를 발표했어야 했고 사장이 ‘다’할 거면 선발위원회는 왜 구성했느냐는 욕이 안 나올래야 안나올 수가 없다. 참으로 ‘대책 없는’사장이 아닐 수 없다.

이와 유사한 일이 제주도에서 일어나고 있다.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최근 “제주도금고 지정을 놓고 농협 제주지역본부와 제주은행간 경쟁이 치열하다”며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관리에 대한 윤번제를 제안했다.

‘당연히’반발이 있었고 김 지사의 후퇴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운영규칙에 따라 공고를 내고 접수를 받아 지정심의위원회 심의를 앞둔 상황에서 나온 김 지사의 제안은 ‘대책없는 사장님’의 발언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와함께 도민들은 윤번제의 부작용을 더 우려한다. 양쪽 금융기관이야 부정할지도 모르지만 도민들은 2년마다 있는 도금고 지정 '이벤트' 덕분에 이들의 서비스가 진화하고 사회환원 실적이 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1등과 2등의 ‘전리품’에서 차이가 없다면 누구도 1등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김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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