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 내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4·3평화재단의 설립기금과 운영비용을 제주특별자치도가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4·3특별법에는 재단설립 기금을 국가가 출연토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굳이 이 조항을 삽입시킨 것은 재원을 제주도에 떠넘기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금까지 중앙정부의 행태에서 보아왔듯 제주도가 한번이라도 기금을 출연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계속 제주도가 계속해서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 뻔하다. 더구나 중앙정부가 2단계 제도개선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마당에 이 문제까지 불거져 나온 것은 제주홀대론으로 비쳐질 소지가 충분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3년 4·3희생자 유족 및 도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듯이 국가공권권력에 의한 집단적 상처를 치유하는데 국가가 기금을 출연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4·3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 평화와 인권의 교육장으로 조성할 4·3평화재단 설립·운영에 국가가 지원하는 것은 하나의 책무다.

따라서 평화재단의 기금은 국가 몫임을 분명히 못박아야 한다. 제주도의 출연 근거 조항을 명문화했다가는 중앙정부에 발목을 잡힐 우려가 농후하기 때문이다. 평화재단 운영 자체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크다.

4·3평화재단은 제주도를 동북아 평화중심지로 각인시킬 수 있는 최적의 기구이기도 하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할 이유의 하나이기도 하다.

모법에는 국가가 재단 기금을 출연토록 하면서 시행령에 제주도의 기금출연 조항을 넣는 것은 도의원들의 지적대로 말도 안 된다. 관련조항은 마땅히 삭제돼야 한다.

4·3평화재단 설립·운영 자금 확보가 대한민국 과거청산의 모범으로 기록되길 당부한다. 제주도도 이 조항의 삭제를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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