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장기적 복원 마인드 시사하는 바 커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활용비전 제시 안돼

   
 
  ▲ 고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설계됐다가 재차 배치 등이 조정된 귤림서원.<조성익 기자>  
 
지난 2003년 제주성지(제주도기념물 제3호) 내 오현단 귤림서원 복원사업 추진과정에서는 서원의 위치와 배치가 설계 상에 부적합하게 이뤄졌다는 의견에 따라 제주도문화재위원회 설계 심의가 유보돼 조정된 사례가 있었다. 당시 설계 심의 유보 이유는 다름 아니다. 귤림서원의 위치에 대한 충분한 고증 없이, 그리고 강당 방향도 부적절하게 설계가 이뤄졌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서원위치에 대한 고증 작업을 거친 입지를 선정하고 전체 짜임새를 맞춰 정비를 해야한다는 지적이었다. 이 같은 선례는 ‘짓는 데 의욕이 앞선’문화재 정비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 짓는 데 급급한 것 아니었나

문화재 복원 등 정비사업을 놓고 그동안 보여주기 위한 정비, ‘현대판’복원이라는 의견들이 분분했다.

제주도문화재위원회의 한 관계자 역시 “문화재 복원이 너무 급하게 이뤄진 경향이 없지 않다”며 ‘빨리 빨리’이뤄지고 있는 현 문화재 정비실태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지난 2002년 삼양동선사유적 복원에 앞서 이뤄졌던 일본 규수 일원 선사유적지 복원 방법 실례 조사에 참가한 전문가 등 관계자들은 나고야성과 요시노가리 유적 등 일본의 발굴·복원 실태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당시 조사에 참가했던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한 관계자는 “장기적 계획 아래 문화재 복원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점은 우리 문화재 복원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고 말하고 있다.

1592년 축조된 나고야성 가운데 세월의 흐름에 따라 무너져 내리고 멸실된 곳을 인위적으로 당시의 모습을 되살려내는 방식이 아니라 현 상태에서 더 이상의 훼손을 막는 복원 형식을 채택, 우리 관계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일본 야요이 시대(기원전 3세기∼기원후 3세기)의 원시국가 변천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요시노가리 유적은 출토유물과 발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일본 원시국가의 모습을 사실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나고야성과 요시노가리 유적 복원은 서로 달랐지만, 상당히 장기적인 계획 아래 이뤄지고 있고, 발굴과 복원을 동시에 진행하며 일반인에게 그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등 일본의 문화재 복원은 우리의 문화재 복원정책을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하는 기회가 됐다.

모든 것을 복원하는 것이 과연 제대로운 복원인가에 대한 논란도 없지 않다. 옛 것과 현대의 것이 공존할 수 있도록 정비하는 것이 어찌 보면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잇는 정비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의견이다.  

신석하 제주도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은 “관덕정만 하더라도 그동안 여러 차례 복원이 됐는데, 지금은 옛 모습을 거의 찾을 수 없어 안타까운 면이 없지 않다”며 “과거에 있던 허물어진 기와라도 남겨두는 등 과거 모습과 현재 복원 모습이 공존하는 복원이 되지 않아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 정비 현장도 매우 중요하다. 신중하고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문화재청의 현장 점검 결과에서도 알 수 있다.

문화재청은 최근 3년간 7회에 걸쳐 전국의 문화재 보수 현장을 점검하고 909건의 시정사항을 적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적발된 사안은 부실공사에서부터 목조건축물 보수 시 소화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보수를 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물론 이 통계에는 제주가 포함돼 있지 않지만, 완벽 해야할 문화재 정비에 따른 보수과정에 문제가 적지 않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다.

△ 왜 복원 하는가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 복원 및 정비된 문화재는 그 원형이 훼손되지 않은 범위 내에서 현대인들과 공존해야 한다. 정비만 되고 외면을 받는다면 이 역시 그 복원의 가치를 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삼양동선사유적은 그 대표사례라 할 수 있다. 지난 1996년 삼양동 일대 택지개발과정서 확인된 삼양동선사유적은 100억원이 넘는 사업비가 투입돼 지난 2004년 3월 오늘의 모습을 갖췄다. 

이 유적은 탐라국 형성기의 선사 문화를 조명할 수 있는 의미있는 곳이지만, 방문객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2004년 3∼12월 2만4155명 △2005년 2만4431명 △2006년 2만7935명 등에 그친다.

삼양동선사유적은 복원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복원이 된 이후 이렇다할 활용비전이 제시되지 않아 ‘활용 마인드’없는 제주도 문화재행정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제주문화유적지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제주목관아에서는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나, 삼양동선사유적에서는 아직까지 (이용객을 끌어들이기 위한)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복원된 움집 관리 등 인력 면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재)한국자치경제연구원이 제주시의 의뢰로 최근 발표한 ‘제주시 문화관광과 구도심지 상권 연계방안’연구용역 보고서도 복원을 넘어 문화재 활용이 필요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발굴복원한 제주목관아와 귤림서원이 단순한 복원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주목관아의 경우 탐라굿입춘굿놀이의 행사장으로 활용되는 것이 고작이라고 할만큼, 지역주민과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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