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대정읍내(모슬포)를 지나 다니다보면 가장 먼제 눈에 띄는 것이 거리 곳곳에 걸려있는 현수막들이다.과거에는 지정 게시대 한 두곳에서만 볼 수 있던 현수막들이 거리 거리마다 그것도 한 두 개가 아니라 20여개의 현수막들이 거리에 나부끼고 있다.

제일 먼저 걸리기 시작한 것이 ‘송악산 개발’과 관련된 내용으로 기억한다.“송악산은 우리가 지킨다.공사 중지가처분 결정 철회하라-모슬포 로타리클럼”등 여러 단체들의 이름으로 걸리기 시작하더니 금새 ‘태권도 공원 유치’와 관련된 현수막들이 나부끼기 시작했다.그 내용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태권도 공원은 충의의 요람 대정에!” “호국·자주정신이 가득한 대정읍에 전세계 태권도인의 정기를…”“태권도공원 조성에 우리의 뜻을 하나로!”“태권도공원 조성은 아름다운 제주 대정으로!”“대한민국 최적의 요지 제주도에 태권도의 메카 태권도 성전 건립을 우리 제주도민은 기원합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육군 제29(주먹)사단이 이곳에서 창설된 것을 아는가! 국군 태권도인의 요람 대정에 태권도공원 당연하다!”라는 플래카드였다.

가장 늦게(최근에야) 걸리기 시작한 현수막들이 ‘마늘문제’와 관련된 것들이다.

“농민도 국민이다.우리 마늘 지켜내자!”“대정농민 다 죽는다.우리 마늘 살려내랴!”“정부는 통상교섭 본부장 한덕수를 즉각 해임하라!”

얼마전까지만 해도 대정읍민의 최고의 화제거리는 단연 송악산개발 문제였다.그러나 이 논의는 요새 거의 자취를 감춘 듯 하다.왜냐하면 대정읍민들 내부에서도 송악산 분화구(정상) 부근에까지 개발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찬반양론이 어느정도 존재할 뿐만 아니라 행정당국의 입장 및 사법부의 결정을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 점에 비하면 태권도공원 유치에 대해서는 대정읍민 거의 모두가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유치 신청을 한 지역이 많고,일찍부터 준비한 곳에 비하면 뒤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이번만은 남제주군이 또한 제주도가 총력을 기울여 힘을 합하여,이제까지 제주도 개발에서 소외된 지역으로써 이번만은 대정에 태권도공원이 꼭 성사되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소리를 내고 있다.

또 하나 대정읍민 특별히 농민들이 더욱 소리를 합하고 있는 것이 마늘문제이다.

지난 월요일(24일) 오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리사무소에서는 계속해서 확성기를 통해 ‘굴욕적인 한·중마늘협상 규탄 제주농민 궐기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낮 12시50분까지는 늦어도 리사무소 앞으로 모여 달라는 소리가 들려왔다.다음날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그날 한라체육관에 대정농민을 위시해서 약 2000여명의 농민들이 모여 성난 함성을 질렀으며,허기화 대정농협 조합장 등 7명이 삭발하여 정부의 굴욕적인 통상결과에 강력한 항의를 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내 나이 62세인데 얼마나 갑갑하면 허연 머리를 밀었겠느냐?”고 삭발 이유를 밝힌 허기화 조합장의 한말씀이 어쩌면 대정농민의 울분에 찬 소리의 대변으로 느껴졌다.

점점 무더워져가는 이 여름,대정에서는 국민의 정부라는 이 정부가 농민들을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들린다.

“마늘까지 이렇다면 우리 농민들은 무슨 농사를 지을 것이며 우리 농민들은 뭘 해먹고 살란 말이냐?” 절망과 울분에 찬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이 여름밤에 커져만 간다.<이정훈·모슬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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