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뜰 때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은 정말 살맛나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본다. 내가 바로 그렇다면 우리 식구들이 믿을까? 내 친구들이 믿어줄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도 난 행복하다. 60세가 넘은 나이에 고등학생이 되어 10대의 기분을 내고 있으니 더욱 행복하다.
 
먹고 살기에 바빠서, 사업하느라 바빠서 중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채 60평생을 정신없이 살아 왔다. 바쁜 와중에도 동네에서 잘 알고 지내는 김모 동생을 가끔 만나 식사를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만나면 만날수록 정이 가는 사람이었고 그 동생의 논리에 내가 많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던 중 학업을 계속할 것을 권고 받았고 그 동생이 옆에서 적극 도와 준 덕에 중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올해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입학식 날 만난 교육 동지들은 모두들 나이는 많았지만 10대들처럼 들떠 있었다. 열심히 해 보자는 다짐을 갖기 위하여 간부 수련회도 다녀왔다. 나의 열성에 응원을 보내준 교육 동지들 덕택에 나는 1학년 학생회장이 되었다. 그 순간만큼은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가끔은 말 솜씨도 없고, 글 솜씨도 없는 게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곤 하지만 주위에서는 잘 한다고 부추겨 주어서 역시 나는 10대임에 틀림이 없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동지들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을 찾아갔을 때 교육감께서 가볍게 등을 두들기며 “용기를 가지고 열심히 하십시오”라고 전했다. 아버지가 아들을 응원해 주는 깊은 정감을 느낄 수 있었고 정말 열심히 해 봐야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해 보기도 했었다.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하고 있던 어느 날 강의실에서 “회비가 동결된딘 제주도 뿐이랜”, “돈이 문제가 아니고 기십이 문제주”, “고마운 분잉게, 열심히 허여사켜” 말 많은 아줌마 학생들이 주고 받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되었고 그 후에 관심을 갖고 보았더니 고등학교 회비가 인상되지 않은 곳은 제주도뿐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록 글 솜씨는 없지만 이 지면을 통하여 교육감께 여러 면에서 깊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영일 한국방송통신고등학교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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