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좋은 학교] 가장 오래된 학교 가장 재밌는 학교 되다

요즘 제주북초등학교가 부쩍 바쁘다. 자율학교라는 새로운 ‘실험’에 오는 5월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 준비로 눈 코 뜰 새가 없다. 하지만 학교엔 즐거운 휘파람 소리와 활력이 넘친다. 학생들은 배우는 게 즐겁고, 교사는 가르치는 게 즐겁다. 100주년을 맞는 제주북교가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다.
 

   
 
  ▲ 영어체험실의 쇼핑센터에서 수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김대생 기자>  
 
# 100년 역사를 새로 쓰다

제주 최초의 초등학교, 제주북교가 문을 연 것은 1907년 5월19일이다. 제주북교의 한세기 연륜은 제주 초등교육의 산 역사다. 한 세대를 풍미하며 세상을 주름잡았던,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려운 많은 인재들이 제주북교에서 배출됐다. 지난 1980년까지만 해도 학생수가 최대 3055명에 이를 만큼 제주북교는 ‘위풍당당’했다. 

세월이 지나면 세상도 변하는 법. 신제주권 개발 등으로 옛 도심 공동화현상이 두드러지면서 1995년 942명, 2005년 427명, 2006년 365명으로 학생수가 ‘대책없이’ 줄었다.

넋 놓고 하늘만 쳐다볼 순 없는 일. 전 교직원과 학부모, 총동문회가 힘을 모아 학교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아이 좋은 학교’지정이다. 도교육청의 지원과 차별화 된 교육과정 등은 학기초부터 학부모들의 입소문을 탔다.

1학년 입학생만 지난해보다 갑절 가까이 늘었다. 2006년 43명에서 올해 80명으로 훌쩍 뛰었고, 다른 학구에서 전학 온 학생들도 53명에 이른다. 학교에선 학생들을 위한 통학버스를 운행할 정도다.

학부모들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100년이라는 전통과 영어몰입 교육 등 차별화 된 교육과정이 어떻게 어우러지고 아이들을 변화시킬지 궁금하다. ‘아이 좋은 학교’로 지정된지 2개월이 지난 4월말. 학교에서는 한창 새로운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

   
 
  ▲ 영어체험실은 복도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김대생 기자>  
 
# 영어 체험실 구경해 보실래요

학생들이 줄어들면서 이래저래 골칫덩어리(?)였던 남는 교실이 확 달라졌다. 도와 도교육청 지원을 받아 일반교실 8개를 리모델링, 영어 체험실로 새롭게 태어난 것. 영어회화가 적혀있는 복도부터 예사롭지 않다.

미국식 가정을 재현한‘마이하우스’에는 씽크대와 조리대까지 설치됐다. 학생들이 직접 계란 후라이 등을 만들면서 영어회화를 배울 수 있어 재미까지 더한다. 영어를 되도록 재밌고 쉽게 배우는데 주안점을 뒀다.

옆방은 쇼핑센터다. 각종 물건을 살 수 있는 가게를 재현했다. 마침 이 곳에서는 원어민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미국교과서에 수업시간 내내 오로지 영어만 사용해야 한다. 실수로 한 아이가 한국말을 하자 단번에 ‘Only English’라고 가르친다.

5학년 이화섭군은 “딱딱하게 교실에서 진행되는 영어가 아니어서 재밌고 흥미롭다”며 “처음에는 조금 어려웠지만 이제는 영어시간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세계지도가 교실을 채우고 있는 ‘월드투어’, 국제화 시대에 맞는 세계관을 심어주는 ‘세계관 교육실’, 영어영화를 보거나 영어연극을 할 수 있는 연극강당, 자율학습을 하는 자기주도학습실 등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매주 목요일이면 전교생이 태권도를 배운다. <김대생 기자>  
 
# 블록타임제? 영어에 목숨걸다

영어체험실도 모자라 한 학급을 2개 그룹으로 나눠 운영하는 ‘블록타임제’도 시도하고 있다. 15명 내외의 A그룹이 1시간 동안 영어몰입교육을 받는 동안 B그룹은 수학수업을 받는다. 이어 다음시간에는 B그룹이 영어몰입교육을 받고 A그룹이 수학교육을 받는다.

박전해 교장은 “한 반이 2개 그룹으로 나뉘어져 교사들이 담당해야 할 수업시간이 많아지지만 소그룹으로 영어몰입교육과 수학교육을 받아 학습효과가 배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당 수업시수도 대폭 늘렸다. 기존 3·4학년 1시간, 5·6학년에서 3∼6학년은 5시간, 1·2학년은 4시간씩 영어를 배우고 있다.

이렇게 영어에 목숨 건 이유는 간단하다. 자율학교가 시작되기 전 교장과 교감·연구부장 등은 이름난 다른 시·도 학교를 방문했다. 4곳을 방문했는데 하나같이 소그룹 수업방식에 영어교육방식이 남달랐다. 여기에 착안점을 둔 것이다.

   
 
  ▲ 고학년은 중국어 수업도 한다. <김대생 기자>  
 
# 출발만큼 지치지 않고 끝까지

영어만 자랑일 리가 없다. 매주 목요일마다 태권도로 체력을 단련하는 것부터 5·6학년 중국어회화 교육, 도서관을 활용한 독서·논술교육, 14개 과목으로 선택 폭이 넓은 방과후 학교, 전통예절교실 등도 학교의 자랑이다.

이러한 변화에 가장 반가운 것은 학부모다. 3·5학년 아이를 둔 고영규 학교운영위원장은 “학교 살리기 운동을 벌여야 할만큼 위기였던 학교가 다시 살아나 졸업생으로서 반갑기 그지없다”며 “첫 출발처럼 끝까지 성공적으로 운영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학부모들의 기대만큼 교직원들의 어깨도 무겁다. 이 학교 출신인 조미영 교무부장은 “새로운 출발을 하는 때 모교에 온 것을 운명으로 생각한다”며 “제주 초등교육의 산실이라는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교직원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