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아침마다 민오름에 오른다. 오름 정상까지 오르는데, 집에서 출발하여 건널목에서 한두번 교통신호등을 받고 연미마을 에 들어서면 인적이 없어 한적한 느낌이 들지만 간혹 가정집에 있는 개가 사람의 냄새를 맡고 짖어대는 소리가 아침 공기를 가르고 틈틈이 지나가는 차량이 매연을 뿌리지만 그런대로 부드러운 아침길은 상쾌한 편이다.

연미마을을 지나 오름 가까이 닿으면 길섶에는 노란 민들레꽃이 아침이슬 먹고 아침인사하고 보리밭에는 보리타작기가 탈탈거리며 보리타작하는 냄새가 사람 삶에 애착을 느낄 쯤, 오름 오르는 길목에 닿아 부분적으로 폐타이어 및 돌계단을 오르며 걷노라면 들풀들이 진한 녹색의 풀잎을 키우고 들장미에 부드러운 새숨을 꺾어 피(皮)부분을 벗겨서 입에서 씹는 달짝지근한 맛이 색다르며, 야생에 복분자 열매가 간혹보여 따서 먹는 맛 또한 그런대로 입맛을 돋구어 준다.

얼마쯤 올라 정상 부분쯤 들어서면 숲속의 아침에 뿜어 나오는 산소를 들이 마시며 오름을 오르니 상쾌함이란 이루 형언할 수 없이 육체도 가볍고, 정신도 가볍고, 모든 기(氣)가 가벼워 하늘을 날아갈 듯한 마음이다. 울창한 녹음의 밀림 속에는 소나무, 아카시아 나무, 잡목 등이 꽉 들어서 있고 억새풀이 숲속의 열기를 받으며 싱싱하게 자라고 이름모를 들풀들이 나무와 엉키고, 설키며 풀내음을 풍기는 맛은 후각으로 들여 마시는 맛이 미각보다 더 깊은 것이었다. 곁들여 오름에 피는 수많은 들꽃들은 아침 이슬로 분화장하고 해맑은 웃음으로 나를 반기고 산새들 역시 모르는 손님이 찾아 왔다고 아침 인사에 바가울 뿐이었다. 어쩌면 민오름 속의 동식물의 삶은 인간의 삶보다 밝고 명랑하고, 즐겁고, 희망이 깃들어 있고 밝은 미래가 꿈길 속처럼 끝없이 펼쳐 보이는 것 같았다.

자연에 심취하여 걷는 사이 육체는 나도 모르는 사이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다소 운동을 심하게 하는 것 같아 민오름 정상의 벤치에 앉으니 도심이 아침 안개 속에 꿈틀대는 것 같고, 하늘을 쳐다보니 한라산이 내 손에 닿을 것 같이 내 앞에 서 있다. 이렇게 자연의 섭리는 사람의 심성을 곱게 곱게 만들어 어려운 공자, 맹자의 도덕경을 공부 않더라도 자연 그대로 도(道)를 터득할 수 있어 인간은 사회생활의 도덕관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민오름의 자연생태는 하루의 무한한 힘을 보태주는 나의 정원이다.<최창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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