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생업과 인연 조간대 해조류등서식

제주시 이호1동 바닷가 중심에 자리잡은 이호해수욕장 백사장에 서면 일망무제로 탁 트인 겨울바다가 안겨온다. 그리고 길길이 날뛰는 겨울바다의 바람 속에 모처럼 자유를 만끽한다.
이호1동 조간대는 백개(白浦)동네에서 이호해수욕장을 거쳐 현사(玄沙)마을과 도두동과 경계선인 원장내에 이르기까지 1.8㎞가량 된다.
 조간대(潮間帶·tidal zone)는 말그대로 해안의 만조선과 간조선을 차지하는 지대를 뜻한다.즉 만조(들물)때에는 바닷물속에 잠기고 간조(썰물)때에는 수면위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제주 섬에 있는 여는 조간대가 그러하듯 이 일대도 지역주민들의 생업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우선 원담이 있다. 원담은 해안 조간대 일정구역에다 돌을 쌓아두었다가 밀물따라 몰려든 고기떼를 썰물이 나면 그 안에 가둬놓아 쉽게 잡을수 있도록 고안된 어로시설물이다. 흔히 갯담이라고도 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백개 인근의 동동창원·뒷물원·물짚은원·모살원·몰싼원 등과 현사부락 인근의 현사동원이 있다.
이 일대 조간대에서는 여러 종류의 해조류와 소동물류가 서식한다. 이들의 출현과 성장·소멸은 장소와 계절 등에 따라 변화가 있다.그러나 점심대(漸深帶)의 생물보다 환경조건의 악화에 대한 저항력이 세다.
특히 도근내.마두내.원장내 등 하천이 이 일대로 흐르고 있는데다 상류에서 흘러내린 토사들과 기존의 현무암류의 자갈과 뒤섞여 갯벌의 지질구조가 특이하다.
 이 일대의 모래는 검은색을 띤다.그래서 마을이름조차 검은모래(현사)이다.
 또 동동네의 백개에 대해 혹자는 인근 모래벌이 흰색을 띠기 때문에 백개라고 불렀다고 주장하나 이 일대도 모래빛은 검은색을 띤다.
 아마 백개라는 뜻은 갯녹음 현상에서 비롯된 듯 싶다.갯녹음은 바닷돌을 하얗게 변화시키면서 수산물 생육환경을 파괴시키는 현상이다.해양오염의 한 징표이기도 하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의 습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 일대에서 서식하는 주요 동물로는 황록해변해면·보라해면(이상 해면동물),풀색해변 말미잘·담황줄 말미잘(이상 강장동물),참갯지렁이·석회관 갯지렁이(이상 환형동물),전복·진주배말·테두리고둥·밤고둥·구멍 밤고둥·개울타리 고둥·팽이고둥·눈알고둥·갈고둥·큰총알고둥·큰뱀고둥·갯고둥·댕가리·맵사리·두드럭고둥·대수리·타래고둥·군소·흰갯민달팽이·반지락·털군부(이상 연체동물) 등이 있다.
이가운데 밤고둥과의 밤고둥은 ‘먹보말’로 통하고 있고 백합과의 반지락은 식용으로 애용되며 ‘바지락’이라고 불려지고 있다.
또 비교적 물이 맑은 조간대의 암석 또는 자갈밭에 사는 무늬발게를 비롯 큰 조무래기 따개비·작은 조무래기 따개비·검은 따개비·참집게·바위게·비단게 등의 절지동물과 조류로서 가마우지·왜가리·쇠백로·흰뺨 검둥오리·청둥오리·깝짝도요·괭이갈매기가 눈에 띈다.
그러나 백개와 이호해수욕장 중간에는 모살원을 타고 이호해수욕장의 모래유실을 막기 위한 인위적인 시설물 때문에 수질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주민들은 높이 3m.폭4∼5m 규모로 400m가량 뻗어나간 방사제가 물의 흐름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방사제 중간에 몇 개의 통수구를 설치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에는 개발바람을 타고 해안도로 개설공사가 한창이다.이 도로는 용담 해안도로를 빠져나와 백개·이호수원지를 거쳐 해수욕장 방면으로 300m가량 뻗어나가 있다.
해안 조간대를 벗어나 이호해수욕장 진입로 인근에는 일주도로 양편으로 덕지답이 펼쳐져 있다.
덕지답은 용천수인 덕지물로 논농사를 지었던 곳에서 유래된 지명이다.덕지물은 예전에는 식수로도 이용했다.
 옛 문헌에 따르면 이곳에는 ‘버드렁 물’이라는 조그만한 연못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지금은 이 일대가 미나리밭과 갈대로 덮여진 채 확인할 길이 없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습지조사단은 지난 97년 이 일대를 조사하면서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왼돌이물달팽이’가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왼돌이물달팽이’는 논이나 강가의 돌,수초,호숫가의 썩은 나무가지나 비닐 등 오염이 심한 곳에 사는 오염지표종으로서 번식력이 매우 강해 실험용으로 많이 쓰인다고 한다.
 아울러 이곳에는 최근에 제주에 귀화된 것으로 추측되는 ‘털물참새피’라는 벼과 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좌승훈·좌용철·조성익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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