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세계유산 등재는 제주도의 노력과 성과임에 틀림없다. 등재 효과로 기대되는 제주도의 브랜드 가치 상승과 국내외 관광객의 증가 역시 세계유산 등재의 부상으로 여길만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계유산 지정의 목적은 이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을 지정하는 의의는 인류문명과 자연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유산을 후손들에게 안전하게 물려주자는데 있다. 따라서 세계유산은 자연재해나 과도한 개발, 전쟁 등의 위협으로부터 국제적 협력과 자국의 자발적인 보호노력으로 보전되어야 한다. 제주도는 세계유산 등재의 영예와 함께 미래세대에까지 안전하게 물려줘야 할 의무를 동시에 진 셈이다.

하지만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온 제주도와 정부의 진정성에 확신이 서지 않는 이유는 왜인가. 제주도는 세계유산 등재확정 이틀 후 세계유산 탐방 관광상품을 개발한다고 발표했고, 문화재청도 이에 질세라 관광공사와 공동으로 관광상품 개발을 발표했다. 관광상품이 중요하고 서두를 이유라면 보전관리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이보다 더 서둘러야 할 과제이다.

 제주도는 이미 세계유산 추진과정에서 이번에 지정된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한 축에 173만㎡의 대규모 골프장과 리조트단지 개발을 허가했고, 현재 시범 라운딩을 마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 완충지역 155만㎡에 또 다른 골프장 건설도 허가했다. 또한 폐쇄중인 한라산 등반로의 재개방을 추진하다 문화재청으로부터 불허당한 등반로의 재개방을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제주도의 세계유산 등재의 진정성 의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제주도는 현재 공사 중인 섭지코지의 해양리조트개발사업과 전혀 별개의 사업으로 성산일출봉과 인접해서 해양리조트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통밭알이라 불리는 성산포 갑문 내수면지역인 이곳은 주민들과 관광객이 주로 조개잡이를 하며, 겨울에는 성산포철새도래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저어새의 월동지로 유명하며, 최근 성산일출봉의 집단서식이 확인된 가마우지의 먹이처이기도 하다.

세계유산 등재는 세계관광지 경연대회에서 입상한 것이 아니다. 인류가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미래세대의 유산으로서 세계인에게 인정받은 인류 공동의 자산임을 제주도는 인식해야 한다.<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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