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안전 우리 손으로”
상황실 문 연지 한달여 24시간 긴장감
신고전달 시간 줄여 ‘더 빠르게’ 현장 출동

벨이 울린다. 순간 20개의 눈이 전화에 가 꽂히고 손과 발이 바빠진다.

신고를 접수하는 손이 움직이는 동안 다른 손은 사고가 발생한 지점과 가장 가까운 파출소와 함정을 찾는다. 찾았나 싶은 순간 바로 구조 지령이 떨어진다.

채 1·2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숨비소리 같은 긴 숨소리는 상황이 완료된 후에 들을 수 있는 ‘마무리’다.

△24시간 3교대…보람이 더 커=지난 7월1일 개통된 122 해양경찰 구조대 상황실은 24시간 긴장감이 감돈다.

시작된 지 이제 한달이 조금 지났지만 10일 현재 모두 943건, 하루 평균 23건의 전화 접수가 이뤄진다.

이중 해양사고가 60건, 범죄신고가 24건, 타기관 통보 40건 등이다. 문제는 다음이다. 36건의 장난전화와 전화를 걸고는 아무말 없이 끊는 등의 오접속 646건의 기록은 대원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지난달 27일 제주시 조천읍 해안에서 벌어진 실종 사건도 그랬다.

119를 통해 접수된 신고가 해경 122로 통보된 것은 오전 0시10분께. 인명이 걸린 문제라는 판단에 경비정 4척, 연안구조장비 3대, 헬기 2대, 특수구조대 6명, 경찰 15명 등을 동원, 대대적인 수색을 펼쳤다.

상황실 내 역시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언제나 있을 구조 확인 연락을 기다리며 밤을 새웠지만 실종됐다던 20대 남성은 무사히 집에 있었다.

다른 사고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만일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던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만 하면 아직도 진땀이 난다.

다른 기관을 통해 신고가 접수되고 해경에 전달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 현장 출동 시간에 보탠다는 점은 구조대 대원들의 자부심이 된다.

해경 5명과 전경 4~5명이 한 팀을 이뤄 상황실을 지키고 있지만 팀별로 꼭 외국어 숙련자가 배치됐다는 점도 특징 중 하나다.

△아직 2% 부족하다=‘119’가 대중적으로 익숙해지다 보니 ‘122’는 필요성 만큼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 조금은 불만이다.

오접속·장난전화, 훈련 등을 제외하고 신고 접수 5건 중 1건은 타 기관(112 36건·119 5건)을 통해 이뤄졌다.

바다라는 특성상 육상에서처럼 신고 접수 후 즉시 도착해 상황을 살펴볼 수 없다는 점 역시 일반의 이해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사고발생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신고를 접수하고 사고 선박까지 가는데만 꼬박 하루가 걸리는 일도 허다하다. 선박사고 대부분이 풍랑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기상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지는 만큼 구조 활동 역시 힘들 수밖에 없다.

현상욱 상황실장은 “이전 함장으로 근무할 당시 위급상황의 3살배기 어린이를 추자도에서 이송한 적이 있었다”며 “당시 함정이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를 내며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아이의 목숨을 살리지 못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런 기억들은 상황실의 존재 이유가 된다.

현 상황실장은 “24시간 3교대 근무를 한다고는 하지만 집에 가서도 상황은 계속된다”며 “날이 더운 요즘은 해수욕장 등에서의 사고가 많지만 이제 찬바람이 불고 선박 사고가 늘게 되면 122의 필요성이 더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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