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부터 7월 10일까지 인도의 오지로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사단법인 JTS에서 실시하는 국제워크캠프 행사였다. JTS는 인도의 오지에서 빈민구호, 교육, 의료봉사를 하는 단체다. 개인적으로 병원을 열흘이나 휴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소외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보람으로 그 행사에 참여했다.

목적지는 인도 비하르주, 가야시의 보드가야 근처이다. 보드가야는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곳으로 유명한 불교의 성지이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나무와 보드가야대탑이 있다.

우리가 봉사할 곳은 둥게스와리라는 마을로 전정각산이라는 유명한 산 아래에 있는 천민마을이었다. 인도는 무수히 많은 계급으로 나뉘어진 철저한 신분사회인데, 이 곳 사람들은 천민중에 천민으로 인도정부의 무관심 속에 인간이하의 삶을 살고 있었다.

창문도 없는 숨막히는 흙집에 염소나 소와 같이 살았다. 염소가 아프면 같이 아프고, 병 걸린 개가 돌아다녀도 같이 살았다. 몸은 지저분하고 맨발로 다녔다. 어린애들은 산발한 머리에 이가 가득하고, 먹을 것이 없어 생기가 없었다. 어른들도 하루 한 끼의 풀죽으로 연명하는 것 같았다.

전기나 수도는 말할 것도 없고 사방 수십km 이내에 전화가 없었다. 문명의 흔적이라고는 몸에 걸친 누더기외에 종이 한장, 비닐조각 하나 없었다.

날씨는 가히 살인적이었다. 우기인데도 비 한 방울 오지 않고, 4시반에 떠오른 해는 9시만 되면 이글거려서 서 있는 것조차 힘들게 했다. 이미 더위를 먹어 식욕도 없지만 인도의 거칠고 불결한 음식은 차마 먹기가 힘들었다. 각종 벌레와 피부병이 넘쳐서 봉사하러 간 학생들의 건강이 염려될 지경이었다.

워크캠프에 동참한 80여명의 대학생들은 그런 환경 속에서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했다. 그나마 흙집이라도 지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봉사활동이었다. 탈수 현상과 고열로 쓰러지는 학생도 있었지만, 성실하게 주어진 과제을 수행하려고 노력했다.

의료팀은 실태조사를 하고 가능한 진료를 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양실조에 의한 병들을 앓고 있었다. 주위환경이 불결하고 영양섭취를 제대로 할 수 없으니 아플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치료약을 버텨낼 체력이 될까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거기서 우리는 지금까지 정말 무절제한 생활을 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아까운 줄 모르고 사용하던 전기, 물, 연료와 집마다 넘쳐나는 옷가지, 버려지는 음식 등이 생각났다.

우리가 자동차나 휴대폰, 에어컨 바람 속에 생활할 수 있는 것은 전등하나 없는 흙집에서 생활하는 수십억 인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전 인류가 풍족하게 살기에는 지구의 자원은 너무도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철마다 새 옷 입고, 매 끼니 맛있는 음식 찾아 먹을 수 있는 것은 누더기 조각하나로 몇 년을 입고, 풀죽으로 연명하다 심지어 굶어죽는 수십억 인구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지역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과 조선족, 재외교포 등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그리고 인류애적 관점에서 전 지구인의 삶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인 것 같다. 정부나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대해본다.<장은식·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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