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들을 향한 교육의 열정"

   
 
   
 
과거 어려웠던 시절…. 가난해 돈을 벌어야 했다거나 하는 여러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놓치거나 학업을 중단했던 이들에게 '배움'이란 특별할 수밖에 없다.

뼈저리게 남은 배움의 한(恨). 그래서, 그 애틋한 소망을 놓지 못하는 우리네 이웃들은 늦었지만, 평생 짊어져 온 교육에 대한 한을 풀기 위해 오늘도 책상에 불을 밝힌다.

김창진 대기고 교감(51)은 그런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해왔다. 지난 1993년 제주등하야간학교(현 제주등하야간평생학교)와 연을 맺은 후, 지금까지 '늦깎이'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고졸 검정 중심의 고교 과정인 제주등하야간평생학교엔 현재 20∼50대의 학생들이 있다. 저마다 사연은 틀리지만, 시간을 내 달려온 교사들과 친구처럼, 때론 선·후배처럼 교실의 온기를 높이고 있다.  

김창진 교감은 "어렵지 않게 교육을 받은 이들은 교육과 배움의 소중함을 크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배움의 시기를 놓친 이들이 느끼는 교육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며 '늦깎이'학생들의 애절한 마음을 전했다.

김 교감은 "그런 이들을 가르치다보니 더 잘 해야 하고, '교육'이란 너무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인간과 인간의 교감이라고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1999년부터 2년 동안 제주교도소 검정고시반에서 재소자들과 함께 책과 씨름하기도 했다.

한 때, 교도소에서 "선생님이 고생하신다"며 교통비 명목으로 12만원을 그에게 건넸는데, "내가 좋아서 선택한 무료봉사"라며 한사코 거절하는 그에게 교도소 측이 반강제적으로 전달하자, 3만원을 보태 재소자 영치금으로 넣었다는 후일담은 지금도 전해진다.

김 교감이 당시 교도소에서 재소자들과 마주한 이유는 한 순간 잘못을 저질렀지만, 재소자들도 세상의 낙오자가 돼서는 안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전과자'라는 족쇄로 세상은 그들을 외면할 수 있지만, 적어도 '교육'은 그들을 보듬어 안아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었을 것이다.

"출소 후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라는 글귀가 담긴 어느 재소자가 그에게 올린 편지에서 그와 재소자 제자들간의 진한 인간적 교감마저 느낄 수 있다.

일선 교사로 일하며 이렇듯, 소외된 이들을 위한 교육봉사 활동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보수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김 교감은 '교육을 주는 기쁨과 보람'을 호흡했던 것 같다. 오히려 늦깎이 학생들로부터 더 많은 깨달음을 느꼈다는 것, 그는 어쩌면 그 보람이 있었기에 발품을 판 것이다. 

그는 "야학에 들어와서도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 그래도 중·장년 학생들이 어렵고 힘들게 공부를 마칠 땐 너무나 감격스럽다"며 "사실 이들을 보며 내가 더 많이 배우고 깨우치고 있다"고 건넸다.

김창진 교감에겐 또 버팀목이 있다. 그동안 동생처럼 여겨온 제자들이 이제 어엿한 사회인으로 저마다 한 몫을 해주고 있기 때문.

대기고(개교당시 명덕고)의 역사를 함께 해온 그는 "현재 40세, 대기고 1회 졸업생만 하더라도 나를 형처럼 생각하고, 나 역시 스승과 제자보다는 형제처럼 생각한다"며 "지금도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찾아오는 제자들이 너무나 고맙고, 반가울 수 없다"며 제자들에게 대한 각별한 애정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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