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현장엔 그들이 있다

   
 
  ▲ 제주특별자치도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부정선거 특별감시단이 지난달 30일 제주시청 옥상에서 한 후보의 유세현장을 감시하고 있다. /박민호 기자  
 
제17대 대통령 선거 후보의 첫 제주 방문 일정이 잡혔던 30일. 제주특별자치도선거관리위원회 선거부정감시단(이하 감시단)의 행보 역시 빨라졌다.

오후 3시부터 후보의 제주 일정이 시작됐지만 감시단의 시계는 최소 한시간이 빠르게 움직인다.

공항팀이 후보의 제주 도착에서 행사장 이동까지를 맡고, 시설점검팀은 유세가 진행되는 현장에 1시간 먼저 도착해 피켓 등 지지자들이 ‘혹시’ 준비할 지 모를 위법 시설 여부 등을 확인, 공항팀의 업무를 넘겨받는다.

유세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눈 한 번 깜빡이는 것’까지 조심스러울 정도로 긴장한다. 유세가 끝나면 다시 후보 이동 경로를 쫓는 팀과 현장팀이 나눠 선거 감시활동을 벌인다.

오전 8시30분이면 간단한 교육을 마치고 일정에 들어가, 밤12가 돼야 집에 도착하는 강행군이지만 ‘사명감’으로 무장된 사람들의 표정에는 빛이 난다.

대통령 후보의 첫 제주 방문에 투입된 인원은 40여명 선. 사이버팀(4명)을 제외한 선거부정감시단 인원이 80명(서귀포 포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이 이날 거리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직 선거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았지만 감시단의 활동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유세장 만이 아니라 크고 작은 행사가 있는 현장 등에서 만약을 대비한다.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까칠한 주변의 시선에 맘고생을 하는 것은 여전하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조심스럽다.

도 선관위 지도과 김창유 사무관은 “후보 사무실 방문은 물론 체재시간까지 맞추는 등 ‘균형’을 지키도록 당부하고 있다”며 “외관상 비교될 수 있는 모든 부분에 있어 ‘공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 운동 초입이라 아직은 냉랭한 분위기지만 불법선거로 얼룩졌던 지난 2004년 제11대 교육감선거의 그림자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감시단 역시 경계를 풀지 않고 있다.

김 사무관은 “전례가 있어서인지 정당을 배제하는 등 정치적 중립을 강조해서인지 ‘너무 소극적이다’ 싶을 정도로 선거 운동이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이지만 ‘혹시나’하는 마음에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많았던 선거부정 관련 제보 전화가 뜸한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 김 사무관은 “선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는 방법으로 ‘시비성’제보를 하는 경우가 많아 전화가 불이 날 정도였다”며 “지금은 어느 정도 선거 문화가 정착돼서인지 조용하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대통령 후보와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후보의 거리 유세가 잇따르면서 북적이던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주변이 썰물 빠지듯 안정을 찾았지만 감시단은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다.

“식비와 교통비를 포함해 하루 일당 4만원을 받고 온 종일 ‘사람’을 상대하는 힘든 일이라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도 적잖지만 지난 1998년 이후 꾸준히 감시단 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만족도도 높은 일”이라며 “언젠가는 우리들을 현장에서 보지 못하고 기록 속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반문하는 표정이 밝다.

고 미 기자 popmee@jemin.com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