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치수관개(治水灌漑)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삼국시대쯤 해서 논에 물을 대기 위한 저수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백제시대에 축조됐다는 김제의 벽골제(碧骨堤)는 가장 오래된 제방으로 알려지고 있다.조선시대에 와서는 산간의 계곡을 막아 물을 가두는 보(洑)가 많이 등장했다고 한다.그러나 저수는 논농사를 위해서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벼는 물론이지만 밭농사,그리고 과수농사에도 물은 꼭 필요한 요소다.각각의 농사에 알맞는 물대기 방법은 다르다.그러나 가까운 곳에 물은 있어야 한다.그래서 농지까지 물을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수로를 만드는 것이다.이스라엘이나 미국의 캘리포니아지역 등지의 수로는 거대규모를 자랑한다.한국의 건설회사가 시행한 리비아 대수로 공사도 결국은 목적지까지 물을 대기 위한 것이다.주로 사막과 같은 조건에 가까운 곳은 항상 메말라 있기 때문이다.식수는 물론 농업용수가 모자라 농사는 엄두를 못냈던 곳이었다.

제주도의 경우 물을 끌어들일 수원이 없다.강이 없고,하천은 비온 후 며칠 지나면 말라버린다.범람에 대한 우려보다 가뭄에 대비하기가 어렵다.저수지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예전에는 마실 물도 모자라는 실정이었다.5.16이후 대역사로 만든 어승생 저수지는 상수원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이곳 저수지는 지표수가 도수로를 따라 한곳에 모이도록 하는 방법이다.지금은 이곳 수원에 연결된 상수도는 극히 한정된다.지하수가 개발되면서 상수원은 지하수를 뽑아 쓰는 까닭이다.

도전역이 때마침 가뭄으로 농작물피해가 우려되고 있다고 한다.토양수분함량이 7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감귤도 가뭄으로 인한 낙과가 나타난다고 한다.오는 20일까지 비가 없다면 밭작물에 물대기를 해야할 형편인 모양이다.도내의 농업용수도 지하수를 이용하는 곳이 많다.그러나 지하수공은 많을수록 오염에 노출되기가 쉽다.또 무차별 이용시 고갈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그런 연유에서도 지하수는 상수원으로만 쓰는 게 바람직하다.이제 도내 농업용수는 장기안목에서 고려해야할 시점인 셈이다.몇 곳에 대형 저수지를 인공으로라도 만들어 두는 방안은 어떠할지.<고순형·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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