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로 도제(道制) 실시 54주년을 맞은 제주도의 비약적인 발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구만 해도 1946년 당시 26만명에서 지금은 53만9000명으로 늘어났고 지역내 총생산액은 무려 1805배나 증가한 4조1520억원을 기록했다.

문명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는 113대에서 15만8160대로 불어났다. 인구로 따지면 3.4명당 자동차 1대꼴이 되는 것이다. 몇년전만 해도 집을 장만하기 전에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은 사치한 얘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벌이가 없는 대학생들도 자동차부터 가질 정도로 세상은 달라졌다.

그런지 현재 제주지방의 교통난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자동차 증가로 인한 도심지 정체현상도 그렇지만 주차난도 만만치 않다. 그 가운데 중앙로와 인접한 탑동 일대는 제주도내 교통전쟁의 대표적인 장소이다. 평소는 물론이지만 주말 탑동 일대는 더위를 식히기 나온 산책객들과 도로변에 세워놓은 차들로 뒤범벅이다.

보도에 따르면 제주시는 최근 탑동 일대의 이같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제주지방경찰청과 합동으로 종합대책 마련에 들어갔다고 한다. 대책의 핵심은 보행자의 안전과 자동차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면서 만성적인 주차난을 해결하는 데에 초점을 맞출 거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자동차 일방통행 도로의 지정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제주시 당국의 하찮은 세수(稅收) 욕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탑동 일대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E마트의 양 옆에는 제주시가 관리하고 있는 유료 주차장 두 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 바람에 유료 주차장은 항상 텅텅 비고 그 주변은 무단 주차한 차량들로 큰 혼잡을 이루고 있다.

행정의 본래 목적이 주민들의 복리와 안녕에 있다면 인건비도 건지기 힘든 몇 푼의 세수 때문에 많은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설령 인근 점포의 상인들이 장기 주차한다고 하나 그들도 세금을 내는 시민이며 그들이 타고온 차량들이 어차피 이면도로에 무단 주차될 것이라면 과감히 무료 개방하는 것이 훨씬 낫다.

행정이 하나를 위해 둘을 잃는 일은 곤란하다.<김종배·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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