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요즘 최고의 직업 가운데 하나가 자치단체장이라고 했다. 그들은 일단 자리를 꿰차기만 하면 막강한 권한 갖고 소신껏 일할 수 있다. 관선시대와는 달리 행정 인사권을 맘껏 휘두르고 있다. 웬만한 잘못을 저지르고는 자리보전에 끄떡없다. 주민들의 손으로 뽑힌 민선이란 배경을 업고 있어서이다. 심지어 죄를 지어 법원판결을 받아 감옥살이를 하면서도 열심히 일할 수 있다. 옥중에서까지 결재를 하는 경우가 적잖기 때문이다. 비리혐의만 있어도 직위해제 당했던 과거 관선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당사자의 도덕적 가치판단에 따라 스스로 물러서겠다고 하기 전엔 어림없다.

툭하면 바뀌는 장관이 부럽지 않은 자리라는 부러움 섞인 소리도 듣는다. 대다수 자치단체장들은 주어진 임기동안 의회의 견제만 받으면 된다는 입장을 보이는 듯하다. 임기 내 책임이나 의무는 다음 선거에서 주민들에게 묻겠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자치제의 부작용이 자주 노출되고 있다. 주민들의 표를 의식한 선심행정이나 실적을 겨냥한 한탕주의, 무차별 난 개발 등이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다 주요보직과 승진 임용 등 인사권의 남용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 범위는 부단체장 등 고위직에서 말단 직원에까지 이르고 있다. 선거와 관련된 논공행상 성격의 인사가 자행됨으로써 공무원들의 줄서기를 강요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최근 정부가 현행 지방자치제도에 손을 대려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현행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선 정비한다는 것이다. 서면경고제 대리집행제 도입, 지방인사위원회의 기능 강화, 부단체장의 국가직 전환 등이 주요 골자이다. 자치단체장의 직무태만과 부당한 행정행위와 인사권의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이다. 지금은 추진단계이긴 하나 중앙정부가 자치단체를 본격적으로 견제하겠다고 나섰다는 점은 범상치 않다.

이는 그 동안 지자제의 장점보다는 단점만을 꼬집어온 중앙의 논리가 먹혀 들여간다는 걸 뜻한다. 지방자치의 의미가 훼손될 여지가 크다. 그렇다면 지방에선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뭘 하고 있었느냐는 질책을 피할 수 없다. 지자제의 부작용에 대해 얼마나 의식했고 개선하려는 노력은 어느 정도였는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자업자득' 현상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갑갑해온다.<하중홍·코리아뉴스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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