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상처를 평화로 승화시킨 도민께 감명”
군법회의 불법성 밝혀 수형인 인정 결정적 역할
보수세력 4·3폄하에 “유족에게 못할 짓” 쓴소리

   
 
   
 
“4·3의 아픈 상처를 극복하고 진실의 노를 저어 평화의 바다로 나아가자는 슬로건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4·3위령제 참석차 2일 제주에 온 제주4·3중앙위원회 소위원장인 박재승 변호사(69)는 4·3 60주년을 맞아 이념의 논쟁에서 벗어나 미래로 나아가려는 제주도민들의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서울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삼성 특검’ 후보 1위로 뽑히기도 했던 박 변호사는 최근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비정치인’이 정치인들을 깨끗하게 개혁, 공천했다는 이유로 전국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왜 정치판에 나가게 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번에는 4·3행사에 참석했기 때문에 4·3 이야기만 하자”고 손사래를 치다가 거듭된 물음에 겨우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대선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던 것이 하나의 계기였습니다. 표차가 크게 나지 않았습니까? 이런 결과가 이번 총선에서도 계속된다면 절대 권력이 될 텐데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한 거죠. 그런 걱정을 하던 차에 제의가 와서 망설이다가 수락하게 된 것입니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려면 여당은 물론, 야당도 잘 육성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제주도민들은 지난 대선에서도 어느 정도 균형감각을 유지했다고 봅니다”

4·3위원회 활동 공로로 지난해 명예 제주도민으로 추대된 박재승 변호사는 명예 제주도민이 된 것을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13회 사시를 통과한 그는 서울형사지법에 근무하던 중 중앙정보부의 재판 간섭을 거부했다가 1977년 초에 제주지법 판사로 ‘쫓겨난’ 경력이 있다. 유신정권이 종식되어 다시 서울로 갈 때까지 3년 가까이 제주생활을 해서인지 제주 사람들의 정서를 잘 안다.

바로 이런 인연이 4·3희생자 심사과정에서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변호사회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중책을 맡아 바쁜 와중에서도 64차례 열린 4·3 소위원회 회의를 한번도 거르지 않고 개근해서 회의를 주재했다. 지난 2006년에는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방문학자로 있으면서도 4·3위원회 회의 전갈을 받고 잠시 귀국할 만큼 큰 열정을 보였다.

특히, 4·3 군법회의 불법성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10여 가지 조목조목 들어가며 법무·국방장관 등의 반대를 물리치고, 수형인들을 4·3희생자로 확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일화는 유명하다.

“4·3은 우리 현대사에서 참으로 아픈 상처입니다. 희생자 심사를 하다보면 기가 막힌 사연들이 많습니다. 당시 권력이 너무 잘못했지요. 역사를 바로 잡고 억울한 한을 풀어주는 것은 우리의 의무란 생각에서 일조를 했을 뿐입니다”

박재승 위원장은 최근 일부 보수세력들이 ‘4·3중앙위원회에서 결정한 희생자들을 폭도’라고 하는 등 4·3역사의 폄하 시도에 대해 “60년 동안 맺혀온 쓰린 가슴을 달래주지는 못할망정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또 한번의 상처를 주는 것은 너무 한 일이 아닌가”라고 반문한후 “제주도민들이 지혜롭게 잘 대응할 것으로 본다”면서 말을 맺었다. 박훈석 기자 hspark@jemin.com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