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해원상생굿 큰굿, 어제 제주시청 앞마당에서 열려

   
 
  ▲ 4.3 60주년 제 15회 4.3문화예술축전 해원상생굿 큰굿한마당이 펼쳐진 3일 이중춘 큰심방의 집전으로 초감제가 열렸다./김대생 기자.bin0822@jemin.com  
 

“한라산에서 죽어 바람길에 묻힌 영혼과 바다에서 죽어 물길에 떠도는 영혼들을 모시고 따뜻한 굿판을 열었습니다. 마지막 울음을 자손과 손목 잡고 실컷 우시고 나비다리 건너 저승에 가 새로운 삶을 사소서.”

제주4·3사건 60주년. 4·3은 이제 환갑을 맞았다. 60년이란 세월의 궤적을 돌아 4·3 영령들의 원혼을 위로하는 굿판이 벌어졌다.

제주민예총(지회장 허영선)은 3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제주시청 앞마당에 마련한 4·3 60주년 기념 제15회 4·3문화예술축전 주행사장에서 4·3해원상생굿 ‘큰굿 한마당’을 열었다. 4·3해원상생굿 큰굿은 4·3 60주년을 맞아 10년만에 부활, 그 의미를 더했다.

4·3해원상생굿 ‘큰굿 한마당’은 행방불명인을 포함, 영면하지 못하는 4·3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이들 원혼이 편히 잠들 수 있도록 기원하는, 유족과 도민의 정성을 담은 따뜻한 굿이다.

땅에 묻힌 영혼들을 저승으로 보내는 동시에 아직도 구천을 떠도는 행방불명인의 원혼들, 한라산에서 희생돼 ‘바람길’에 묻힌 혼백과 바다에서 죽어 ‘물길’을 떠도는 넋을 모셔놓고 유족들과 목놓아 실컷 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희생자들의 영면을 기원한다.

이날 4·3해원상생굿 큰굿은 초감제를 시작으로 무혼굿 요왕맞이, 시왕맞이, 차사영맞이 순으로 열렸다.

제주도무형문화재 제13호 제주큰굿 예능보유자 이중춘 큰심방(무당)이 초감제를, 제주큰굿 △△△ 서순실 심방이 무혼굿 요왕맞이를 각각 집전했다.

시왕맞이는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예능보유자 김윤수 큰심방이, 차사영맞이는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이수자 이용옥 심방이 각각 집전, 흐드러진 굿판을 벌였다.

제주큰굿 중 4·3의 원혼을 위로하고 추모할 수 있는 의식들을 추려내, 4·3 60주년을 기념하는 새로운 4·3해원상생굿을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굿의 의미는 특별하다.

이번 굿의 집행을 담당한 문무병씨(민속학자)는 “4·3 50주년 때의 굿은 땅에 묻힌 원혼을 위로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굿은 한라산과 바다 등 모든 곳에서 희생된 행방불명인들의 넋도 위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씨는 또 “모처럼 ‘큰굿’을 할 수 있는 제주의 대표적 큰심방들이 모여 굿을 집전했다는 점 역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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