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중  
 
 태어남에는 순서가 있는 반면 생을 마감하는 데는 순서가 없다고 한다.
 사고를 의도적으로 접하면서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게 정신·경제적 부담을 줄려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고는 자신의 의지가 아닌 것이다.
 자살은 다르다.
 자살은 의지를 갖고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게 된다.
 자살하고자 하는 본인 스스로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된다.
 지난한해 도내에서 자살을 목적으로 자해 혹은 투신 등으로 인해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은 사고자는 260명에 이른다.
하루 평균 0.71명이 자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셋째 주말에는 자살로 추정되는 사고 3건이 잇따라 발생해 모두 숨졌다.
 119가 이송하는 약물중독 환자도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2005년 188명에서 2006년 208명, 지난해에는 248명으로 늘어났다.
 119상황실로 "살아가는 게 힘들다"는 내용의 하소연성 전화도 걸려온다.
 자살 동기 대부분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비관과 가정불화가 주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회보장제도가 발달하고 특히 세계보건기구가 공인한 안전도시가 가장 많은 북유럽의 스웨덴도 자살사고는 적지 않다.
 절대적 빈곤이 아닌 상대적 빈곤의식, 없는 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 부족 그리고 비교우위에 치중하는 자세가 자살을 부추긴다고 한다.
 때문에 선진 안전도시들도 자살사고를 줄이기 위한 맞춤형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안전도시로 공인됐다.
 제주안전도시 업무 주관부서인 소방본부도 사회단체인 제주 생명의 전화와 함께 소외계층을 중심으로 자살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외에도 사고손상감시시스템을 본격 운영하면서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안전관리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요즘 경제여건이 그리 좋지 않다.
 나눔의 경제가 절실한 때다. 나눔은 곧 희망이다. 삶의 모닥불이 될 수 있다.
 격려와 나눔 그리고 관심을 가진 대화는 충동적인 혹은 계획적인 자살사고를 막는 항생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김현중 제주특별자치도소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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