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제주지역본부-가롤로의 집 '짝'이룬 아름다운 레이스

   
 
  제주농협 직원들과 가롤로의집 식구들이 5km코스에 참가, 아름다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김대생 기자 bin0822@jemin.com  
 
다른 사람들이 수저를 내려놓을 때쯤에야 겨우 식당에 도착할 만큼 움직이는 것을 귀찮아하는(?) 승옥씨(20)도 이날만큼은 실컷 달렸다.
막내인 10살 상수부터 52살의 좌영대씨까지 가롤로의 집 식구 24명은 힘찬 환호로 출발해 '하나 둘' 힘내라는 응원과 함께 도착점을 밟았다.
가롤로의 집 식구들 중 질환과 컨디션 등으로 마라톤 참가가 어려운 3명을 제외한 전부가 발구름으로 하나가 된 것은 27일 2008 평화의 섬 제주국제평화마라톤대회 현장.
대회 한시간 전 애향운동장에 모인 이들은 이내 따뜻한 손을 잡았다.
이날 마라톤은 특별히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 식구들이 '짝'이 됐다.
혼자서도 5㎞ 완주가 가능한 6명을 제외한 식구들은 '함께 걷기'로 마라톤에 동참했다.
가장 먼저 도착 테이프를 끊은 영수씨(30)의 옆에서 거친 숨을 내쉰 건 총무팀 변대근 차장. 당뇨 등으로 무리한 운동이 어려운 현숙씨(46)를 격려하며 마지막을 장식한 사람은 조합지원팀 고혜영 차장이다. 마지막 선수가 들어올 때까지 꼬박 1시간이 걸렸다.
대회를 앞두고 매일 1시간 넘게 달리기를 해온 가롤로의 집 식구들이 오히려 농협 짝을 격려하는 모습이 정겹다.
힘겹게 발을 떼는 모습이 안타까워 불쑥 손을 내미는 것도 이날 만큼은 조심해야한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보조를 맞춰주는 것이 포인트다.
'해냈다'는 성취감과 자연·사람들과 어울려 땀을 흘렸다는 즐거움은 가롤로의 집 식구들에게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매해 대회마다 참가 신청서를 내는 가롤로의 집에 있어 '마라톤'은 하나의 치료 프로그램이다.
기록이 어땠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도착점을 밟고 난 며칠간 식구들의 표정을 그 어느 때보다 밝다.
매년 도내 관광지를 둘러보는 나들이나 체육 대회 같은 행사가 있지만 언제나 그들만의 행사가 되기 일수였다. 마라톤 대회만큼은 다르다.
가롤로의 집 김길형 사회복지사는 "레이스에 참가하는 사람들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다거나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은 매일 반복된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씻어준다"며 "표정이 바뀌는 것 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 하나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막내 상수의 짝이 된 축산경제팀 강우식씨는 "또래보다 몸집이 작아서 조금 걱정했는데 끝나고 '아이스크림을 사준다'는 말에 힘을 내 웃었다"며 "처음 짝을 이룰 때만해도 어색한 느낌이 많았지만 다음에도 같이 달리고 싶다"고 즐거워했다.
 고 미 기자 popme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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