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장마철이 코앞인데… ] 3. 제주형 치수대책 필요
연중 태풍·수해·해일재해 노출 종합대책 필요
도로 등 개발사업 자연지형 최대한 반영해야

제주도는 한라산과 바다가 공존하면서 지형적 고도차가 심하다. 한라산과 곶자왈, 넓은 초지를 가진 중산간 지형등 자연 배수 능력이 전국에서 가장 좋아 과거에는 홍수 피해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중산간 지역과 도로 개설 등 개발사업이 자연지형을 무리하게 변화시키면서 ‘물난리’가 반복되고 있으며 피해도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태풍 ‘나리’의 여파로 제주시내가 큰 피해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하천복개가 피해를 키웠다고 진단하고 있으나 도는 복개물 철거를 장기과제로만 분류한 채 환경친화적인 제주형 치수대책 마련에는 미적거리고 있다.

△ 지역특성 고려한 대책 시급

제주지역은 해안가에 100㎜의 비가 내리면 중산간에는 120㎜, 한라산에는 150㎜가 내리는 등 지역별 강수량 변화가 심하고 비가 많이 내린다. 또 한국을 관통하는 태풍의 길목에 위치해 강풍에 의한 해일과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범람 등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제주지역 하천 대부분은 평상시에는 거의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다. 이처럼 육지부와는 여건이 달라 하천과 하구역에는 홍수유출과 치수·수리를 고려한 관측시설이나 연구·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또 제주지역 하천정비는 지역적 특징을 반영하기보다 정부의 하천정비기본계획에 따라 하천 바닥 정비와 하천에 둑을 쌓는 등 물 흐름만 좋게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주대 양성기 교수는 지난 5월 15·16일 열린 제주도의 재해·재난 대비 대토론회에서 "제주도에는 국가하천이 없으나 지역적 특수성과 여건을 고려한 상시하천을 선별해 국가 하천급으로 승격, 특별관리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양 교수는 "제주도는 연중 태풍과 수해·해일재해에 노출돼 있으며 육지부와는 매우 상이한 하천환경을 가진 만큼 친환경적 자연적·인공적 시설물들을 총체적으로 연계·이용하는 항구적인 종합방재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환경과 조화된 개발

제주도 수해방지 종합 기본계획 용역의 실무 담당자였던 김용관 서영 엔지니어링 상무는 "1년동안 제주도 수해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니 도로나 관광지 등 개발사업 때 자연지형을 무리하게 깎거나 메워버리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분별한 변경은 물길의 변화를 가져와 물길이 없던 곳에 생기고 자연적인 물길에는 물이 흐리지 않아 예상치 못한 구역에서 침수피해가 발생하게 된다"며 "자연지형을 최대한 반영한 도로·관광지 개발이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기존 하천 및 배수개선지구 등에 대한 홍수저감방안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배수로를 자연친화형으로 계획, 주변환경과의 조화도 필요하다.

하천이나 배수로만으로 빗물을 처리할 경우 하천폭을 넓히거나 배수로 규모가 커야 하는만큼 저류지를 대폭 확충, 한꺼번에 많은 물이 하류로 흘러들지 않게 하는 방안이 시급하다.

유럽의 하천복개 선진국들은 1990년부터 특별법까지 제정, 자연하천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있다.

복개 구조물을 걷어내고 생태계가 어우러진 하천으로 되살리기 위한 대안 찾기가 필요하다.
 

김석주 기자 sjview@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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