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명 물질 배우기 열정…이주여성·서울 남성 등 수업생 다양
험난한 과정 거쳐야 하지만 제주여성의 생명력으로 의지 불태워

"20~30년 후면 제주해녀들이 사라질지도 모르잖아요. 우리가 제주해녀를 영원토록 계승시키고 싶어요"

1970년대 1만4000여명이었던 제주해녀는 고령화와 어족자원 부족으로 지난해에는 5406명으로 급감했다.

현재 제주해녀는 70대 이상이 34.5%, 60대 37.9%로 60·70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50대는 17.6%, 40대 8.8%, 30대는 0.9%에 그쳐 앞으로 30∼40년이 지나면 제주해녀는 역사책에서만 볼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사라질 위기에 놓인 제주해녀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보이고 있다.

4일 오후 3시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포구. 잠수복을 입은 30여명의 여성들이 태왁을 잡고 바다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한수풀 해녀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해녀 예비지망생(?)들이다.

김민자씨(46·여·서귀포시)는 "제주해녀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전통을 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해녀수업을 받고 있다"며 "또 생계라는 현실적 문제로 태왁과 함께 바다에 뛰어 들었다"고 말했다.

한수풀 해녀교실은 16주 과정으로 실시되며 수강생들은 수영법과 잠수 및 호흡법, 태왁 등 해녀장비 사용법, 어패류과 해조류 식별법, 잠수병 예방법 등을 배우게 된다.

해녀교실 수업생들은 30~50대의 제주여성들이 대부분이지만 필리핀 결혼이주여성도 있고,  해남(男)이 되기 위해 매주 서울에서 이곳을 방문하는 남성들도 있다.

지난 5월부터 기본적인 수영과 잠수법 호흡법을 익히고 9주차 과정에 들어간 수업생들은 바다에 뿌려진 소라를 직접 채취하는 수업을 받고 있다.

김순희씨(50·여·한림읍)는 "처음 해녀수업을 받았을 때는 잠수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태왁만 붙잡고 있었다"며 "지금은 긴 숨을 참고 잠수를 한 후 바다위로 나올 때 저절로 '휘~위'라는 숨비소리가 나왔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해녀였다는 이복선씨(45·여·한림읍)는 "2시간의 해녀수업을 받고 뭍으로 올라오면 몸이 완전히 녹초가 된다"며 "평생 동안 하루종일 바다에서 물질은 한 해녀들이 매우 존경스럽다"고 밝혔다.

수업생들이 해녀학교 과정을 이수해도 좀녀가 되기 위해 험난한 길을 기다리고 있다. 어촌계 해녀증도 취득해야 하고, 아직 10여m의 깊은 수중과 거친 파도를 이길 수 있는 끈기도 배워야 한다.

하지만 해녀학교 수업생들은 제주여성의 삶에 대한 생명력으로 해녀를 계승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임명호(50) 귀덕2리 어촌계장겸 한수풀 해녀학교 교장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해녀들은 우리가 반드시 지키고 영원토록 계승해야 하는 귀중한 문화이자 전통"이라며 "앞으로 젊은 해녀들을 양성하고 제주해녀를 관광자원화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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