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하=기초생활보장수급자 우울한 그늘

수급대상 4명 중 3명 비경제활동인구…상시 고용 5.6%·85.4%는 실직·고용 불안 상태
“섣불리 취업했다 한꺼번에 지원 단절 오히려 가계 위기” 호소 등 제도 현실화 필요

도내 기초생활보장수급자 4명 중 3명 이상은 경제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말 기준 기초생활수급자의 76.9%가 비경제활동인구이며 23.1%만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최저생계비로도 ‘평균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상황에 섣불리 일을 시작했다가 엄격한 지원기준에 울고 웃는 일이 잇따르면서 적극적인 자활의지를 꺾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생계지원 빼면 한달 소득 ‘0’ 수두룩

기초생활수급자란 2000년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되면서 정부로부터 생계 지원과 자활 서비스를 받는 저소득층을 말한다.

지난해말 기준 도내 일반 수급가구 중 소득이 전혀 없는 가구는 433가구로 파악됐다.
이중 336가구는 1인 가구다.

수급 대상 1만1605가구 중 80%가 넘는 9418가구의 한달 소득은 50만원도 되지 않는다.

전체 수급 대상 가구의 58%(6788가구)를 차지하는 1인가구 중 34%(2326가구)는 한달 소득이 아예 없거나 채 10만원도 안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족수가 많아질수록 소득은 늘어났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다.

도내 수급 가구의 평균 소득인정액은 30만5497원으로 전국 평균 22만7790원에 비해 7만원 이상 많다. 전국적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가 120만5000원(2007년 기준·2008년 126만5848원 상향 조정)란 점을 감안하면 소득인정액 69만2527원은 절반을 조금 넘는데 그친다.

최저 생계비라고는 하지만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4인 가구·369만원)의 34.3%에 불과하고 4인 가구 중위소득(300만2000원)과 비교해도 42.2%밖에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절반 수준으로 꾸릴 수 있는 ‘삶’은 상상조차 힘들다.

△지원이 먼저냐, 자활 의지가 먼저냐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부양의무자가 없어야 하고 소득인정액(소득평가액+재산의 소득환산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다른 부양의무자가 없는 4인 가구에서 월 120만5000원 이하 소득인정액을 벌고 있다면 생계·주거·의료·교육·장제·해산·자활급여 등을 자동으로 지원 받을 수 있다. 여기까지는 ‘생계 지원’측면이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수급대상자(5076명) 중 그나마 상시고용 상태인 경우는  5.6%(282명)에 불과하다. 자영업을 하고 있거나 농수축산업에 종사는 경우도 있지만 임시직(712명)·일용직(2206명)과 실직·미취업자(1419명)가 85.4%에 이르는 등 자활·근로의 유인 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자활의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취업 등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전반적인 고용시장 경직상태인데다 어쩌다 취업이 된다고 하더라도 자리도 잡기 전에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가계 위기에 직면하는 경우도 적잖다.

지체장애 1급으로 수급대상인 A씨는 최근 모 인터넷 업체에 취업했다가 ‘이미 지급된 3개월치 수급 보장 지원액’을 환원하라는 통보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지원 기준 이상의 소득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설명에 A씨는 “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자가 첫 월급을 받는 것으로 생활이 나아졌다고 판단할 수 있냐”며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지원 기준에 분통을 터트렸다.

A씨는 “취업을 위해 고가 장비 등을 갖추는 등 부담을 감수했는데 그런 사정은 감안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럴 바에는 차라리 수급대상자로 매달 지원을 받는 게 훨씬 나을 뻔했다”고 기준 현실화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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