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에 기대어 평화·통일, 인권·생명의 소중함 배우는 '나침반'
보수단체 이념논쟁 제주도·국가발전 저해…새 정부가 제지해야

4·3 60주년 지상유물전-다시 시작하는 4·3 <15>새로운 시작

제주4·3평화기념관은 4·3의 역사적 아픔을 기억하고, 평화와 인권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는 공간이다. 또한 60년전 제주공동체를 처참하게 비극의 역사를딛고 평화·통일·인권의 소중함을 배우고, 일깨우는 새로운 시작점이다. 제주4·3 평화기념관은 제주도민들이 1945년 해방부터 현재에 이르는 고통과 질곡의 왜곡된 역사를 화해·상생으로 넘어서고, 평화·인권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진실의 빛을 전하는 세계평화의 진원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평화 르네상스 만드는 이음줄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새로운 시작' 상설전시공간은 방문객들이 평화기념관에서 처음 만난 프롤로그 '역사의 동굴' 상설전시공간과의 이음줄이다.

4·3 평화기념관의 첫 여행지(프롤로그) '역사의 동굴' 에 누워 있는  '백비'(白碑)는 "통일의 그날이 오면 누군가 이 비에 제주4·3의 이름을 새기고 일으켜 세우리라"며 미래를 향한 출발을 알린다. 60년이 흐른 지금도 성격을 규명하지 못한 채 올바른 이름을 갖지 못한 제주4·3이 여전히 미완성의 역사임을 알린다.

그리고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새로운 시작' 은 현재의 세대들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나침반으로 자리하고 있다.

 60년전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반세기 이상 걸어온 제주4·3의 피해·수난 중심의 역사와 진실규명작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평화·통일, 인권·생명을 배우는 '세계평화 르네상스'의 중심지로 자리해야 백비에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시작' 상설전시공간은 우리들에게 이념의 굴레를 벗어던지도록 부탁하고 있다.

60년전 희생된 주민 3만명은 좌익과 우익, 진보와 보수의 이념도 모른 채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당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주민들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고"라는 증언처럼 당시 희생자들은 이념에 의한 희생자이다.

이승만 정부가 냉전시대의 반공 논리를 적용해 제주도를 '붉은섬', 제주도민 전체를  '빨갱이'라고 낙인 찍은 이념속에서 좌익과 우익, 진보와 보수를 알지 못하는 수 많은 양민이 집단 학살됐다.

하지만 4·3평화기념관은 피해·수난과 이에 맞선 저항의 진실을 말할뿐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려는데 함몰되지 않는다. 

그 보다는 특별전시공간으로 자리한   '해원의 퐁낭(팽나무)',  '생명평화의 벽' 코너를 통해 현세대가 진실에 기댄 채 평화·통일·인권의 미래로 발걸음을 옮기도록 재촉한다.

새로운 시작의 상설전시공간내에 위치한 '생명평화의 벽'에는 도민은 물론 국내·외 방문객들이 직접 쓴 평화·통일·인권의 소원지가 넘쳐 흐르고 있다.

잘못된 국가공권력으로부터 제주공동체를 지키려는 과정에서 무고한 양민이 학살됐지만, 50년간 찾아낸 진실의 씨앗으로 생명·평화의 숲을 만들어내는 제주4·3의 미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념 논쟁은 제주미래의 '독약'

60년전의 제주 주민학살에 대해 우익도, 좌익도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까지도 논쟁을 벌이는 것 처럼 각자의 피해상황만을 기준으로만 말한다면 좌가 옳았을 수도 있고, 우가 옳았을 수 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발간한 '4·3진상보고서'처럼 희생된 양민들이 이념을 알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는 기준에서 보면 좌도, 우도 이기지 못한 논쟁이다. 이러한 논쟁은 소모적이고, 더 나아가 민족 앞에 부끄러울 수 밖에 없다.

미군정과 이승만정부 등 외부세력에 의해 자행된 학살사건으로 제주도민들은 좌익에 있든, 우익에 있든 상관 없이 모두가 희생자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승자도 아니고, 패자도 아니다. 오로지 희생자라는 공통분모만 자리한다.

이념의 굴레에 쌓인 채 보수와 진보로 나눠 벌이는 논쟁은 갈등과 대립의 골만 더욱 깊게 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다. 더 큰 문제는 대립과 갈등의 심화에 따른 상처를 우리 아이들이 떠안아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제주발전과 국가발전을 위한 도민통합, 국민통합의 백년대계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미래가 중요하기에 보수와 진보, 좌익과 우익으로 나뉜 갈라짐의 폐해는 그만둬야 한다. 이념 대립으로 나뉜 채, 서로를 헐뜯으면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던 기억은 과거 만으로도 족하다.

전쟁의 시작도 항상 이념에서부터 시작했고, 그 결과 선량한 민간인들을 가장 많이 죽여왔다. 제주4·3이 발생한지 60년이 흘렀지만 제주도민 모두가 희생자라는 공통분모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세계평화를 향해 걷자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내려다 본 하늘, 바다, 마을은 평화롭기 그지 없다. 평화기념관이 들어선 평화공원도 마찬가지다. 이 곳에서 60년전 두 모녀가 희생됐다. 바람에 날리는 눈의 '비설'(飛雪) 작품은 어머니가 죽음의 순간까지 아기를 꼭 껴안은 모성애를 표현하고 있다. 이들 모녀는 1948년 4·3이 발생하던 겨울에 총탄을 맞고 숨졌다가 이듬 해 눈이 녹으면서 발견됐다.

장례 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했던 억울한 영혼들도 평화공원에서 '귀천'(歸天) 작품을 통해 안식처로 돌아간다. 남녀노소 세대별로 다섯벌의 수의를 입고 편안히 저승길로 가시라는 이 작품에는 비극을 평화로 일궈낸 제주도민의 '해원' 정신이 담겨 있다.

하지만 평화를 위협하는 외부세력의 이념 논쟁이 진행중이어서 걱정도 앞선다. 보수를 표방한 뉴라이트에 이어 재향군인회도 제주4·3을 '공산폭동' '좌파의 반란'이라면서 이념논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이념을 앞세운 보수우익의 딴지걸기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념논쟁이 국가발전을 저해하기에 이명박 정부가 나서서 보수우익을 제지해야 한다. 3년전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 세계평화를 일구는 제주도민들은 이념논쟁에 시간을 빼앗길 틈이 없다.

제주도는 지금 60년전 찾아낸 4·3 역사의 진실과 서로를 용서한 화해·상생의 정신으로 평화·인권의 소중함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나가고 있다.

제주4·3평화기념관도 수많은 양민이 학살된 장소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이에 기초해 한국의 평화통일과 동아시아의 번영을 기원하는 생명평화와 인권의 성지를 지향하고 있다.

새정부가 해야할 일은 평화와 관광을 접목시킨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으로 평화산업을 육성, 세계평화의 허브로 나아가려는 제주도에 더욱 더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박훈석 기자 hspark@jemin.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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